▲ 사진출처=MBC스페셜 예고영상 캡쳐

[코리아데일리=박태현 기자] 세월호 잠수사들의 기록이 드디어 세상에 드러난다.

23일 MBC ‘MBC스페셜’에서는 ‘로그북 세월호 잠수사들의 일기’ 편이 방송된다.

모든 다이버들은 다이빙을 하고 나면 기록을 한다. 잠수일지, 일명 로그북(Log Book)을 활용해서 다이빙했던 날짜, 장소, 입수지점, 수심, 시간, 수온, 특기사항 등 잠수에 대한 모든 내용을 기록한다.

세월호 민간잠수사들은 기본적인 잠수기록을 포함하여 자신들이 수색과정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일기장에, 타블릿 PC 메모어플에, 인터넷 SNS에 매일매일 적었다. 그러나 이들의 기록은 한동안 공개되지 못했다. 잠수사들끼리도 심지어 가족에게도 수색에 대한 그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세월호 수색에 참여한 잠수사들이 남긴 기록 ‘로그북’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적인 기록인 ‘로그북’을 중심으로 70여일의 수색과정을 잠수사의 시선에서 재구성하고, 트라우마로 인해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등의 다양한 증상으로 일상을 영위하기 힘들어진 잠수사들의 재난 이후의 삶을 그린다.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 기억으로 인해 고통 받을 수밖에 없는 잠수사들 세월호 참사의 현장에 가장 가까웠던 잠수사들을 새롭게 조명하고 가슴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그들을 위한 치유의 시작이다.

다음은 로그북 일부.

- 2014. 04. 26 잠수사 로그북 중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오늘 수습한 희생자의 얼굴과 눈동자, 차디찬 하얀 손과 발들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환영으로 비추어진다.

- 잠수사 일기 중

2014년 4월 16일 오전, 세월호 침몰 뉴스를 접한 베테랑 잠수사 전광근은 ‘전원구조’라는 뉴스가 오보임이 드러나자 장비를 챙기기 시작한다. 전광근은천안함 인양에 직접참여 했던 경험이 있어 현장에서의 구조 수색이 보통의 잠수로는 잘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인 황병주와 해병대 출신의 상남자 한재명, 대학 때 다이빙을 배운 순수 민간인 출신 부산 사나이 백인탁 역시 그 동안 잠수생활 경험으로 운명처럼 참사현장으로 출발한다. 나중에 이들은 한 결 같이 자신들의 능력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고 이들은 고백한다.

시간이 어찌 흘러가는지 밥을 먹어야 하는 건지 아니 먹어도 되는 건지. 잠을 자도 되는 건지 모를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다. 무조건 시신을, 아니 생사를 확인해야 했다.

-잠수사 일기 중

하지만 막상 도착한 현장은 수색 체계도 환경도 구조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많은 잠수사들이 왔지만 잠수 한번 못하고 돌아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초기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잠수를 한 사람은 체 10명도 되지 않았다 보통의 잠수사들은 하루 한번 다이빙이 원칙이지만 이들은 물때가 되면 횟수와 상관없이 바다로 뛰어 들었다. 무너진 벽과 집기들이 뒤엉킨 격실을 뚫고 희생자들을 한 명씩 안아 올려 수습한다.

다섯 구의 시신을 인도하고 올라오니 감독관 “사람이 더 있드나” “더 확인해봐야 알겠습니다. 수고했고 실종자 가족이 물속에 상황을 듣고 싶어 하니 가서 얘기해 줘라.” 저 편에 열 명쯤 되어 보이는 실종자 가족이 보인다. 그들에게 다가간다. 그들의 충혈 된 애타는 눈빛을 보니 내 눈시울도 젖어온다. 어찌 얘기를 해야 될는지

- 잠수사의 일기 중

그러나 수색이 장기화되기 시작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동료였던 잠수사가 수색 도중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그해 7월 10일, 미수습자 11명을 남겨두고 해경은 방법을 바꿔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명목으로 이들에게 수색 중단을 통보한다. 70여 일간 묵묵히 부모마음으로 형, 삼촌의 마음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찾으려 했던 그동안의 일들이 국가는 효율이 떨어진다며 핸드폰 문자로 그동안 수고했다며 이제 집에 가라고 통보 했다 국가의 부름을 받지는 않았지만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잠수사들은 그렇게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뭍으로 돌아온 잠수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한다. 불안장애와 우울증,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심한 경우 아예 잠수일을 포기하기도 한다. 신경안정제와 수면제가 있어야 잠에 들 수 있다는 강유성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서 다른 모습의 내가 생긴 것 같다’고 고백한다. 늘 화가 나 있는 모습에 그의 가족들은 걱정이 앞선다. 황병주 역시 신장병이 악화되어 신장투석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잠수생활을 접고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한재명은 ‘정말 한국에 있기 싫다’며 모로코 등 해외 현장을 전전한다. 심각한 트라우마로 인해 매일 술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다. 이상진 잠수사는 현재 잠수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일부는 ‘참사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어느 날 세월호 어머니들이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생각하며 뜨개질로 한 땀 한 땀 엮어 겨울모자와 목도리 옷과 장갑을 만들었다 예전에는 이 모든 것들이 아이들의 것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들에게 줄 수 없는 어머니들. 그 그리움을 당신들의 아이들 품에 안겨준 잠수사들에게 주고 싶어 했다 3년이 지나 처음 만나는 잠수사와 세월호 어머니들 만나자마자 서로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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