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치’영화 이야기 “북아메리카 원주민 그 쓸쓸한 역사”

[코리아데일리 곽지영 기자] 서부영화에는 "백인과 결혼하거나 사랑을 나눈 인디언 여인은 반드시 죽는다"라는 규칙 아닌 규칙이 있다. 서부영화에 깔려 있는 이런 의식은 앵글로 색슨의 문화적 사회적 의식에 있는 유색인종과의 몸 섞임에 대한 부정적 터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통 서부 영화에서 악한은 무법자가 아니다. 악한은 분쟁이 있기도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무조건 인디언들이 악한이고 짐승이고 미개인이었다. 북미엔 인디언의 부족수가 1천 개가 넘었었다고 한다. 광활한 지역에 여러 생활 문화가 존재했고 각기 다른 생활양식을 가진 부족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문화를 형성하면서 부족끼리 경계를 지켜가며 살았었다. 그런 그들의 공간에 들어와 자신들의 터전을 빼앗으려 하는 백인을 순순히 받아들일 부족은 없었다.

▲ 영화 아파치 스틸 컷

그런 의미에서 20일 밤 EBS 금요극장에서 방영하는 영화 ‘아파치’는 아파치족 인디언 마사이는 족장 제로니모가 백인들에게 항복한 후 부족의 다른 전사들과 함께 플로리다로 강제 압송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이된다.

끝까지 투쟁을 포기하지 않은 마사이는 도중에 탈출하여 부족에게 돌아가는데, 여행 도중 오클라호마에서 체로키 인디언들이 백인들과 동등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마사이는 체로키 인디언이 준 옥수수 씨앗을 들고 부족들에게 새로운 삶을 설득하려 하지만 술에 찌들어 타락한 새족장 산토스는 그를 미군들에게 넘겨버린다.

다시 탈출한 마사이는 산토스의 딸 나린레를 납치하여 도망간다. 예전부터 그를 사랑하던 나린레는 마사이와 함께 산속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고, 두 사람은 옥수수 밭을 일구며 새삶을 준비한다.

한편 영화 아파치는 1990년 ‘늑대와 춤을’이 만들어졌다. 이 영화에는 지금까지 서부영화가 버리지 못한 각종 선입견과 나쁜 버릇들이 보이지 않는다.

먼저 인디언들이 사람으로 그려진다. 영화에서 그들은 짐승 같은 대화가 아닌 인간의 대화를 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서부영화 중에서 인디언을 가장 인간적으로 보여준 영화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보다 먼저 이런 점을 드러낸 영화가 있다. 1954년 만들어진 버트 랭커스터의 ‘아파치’가 그것인데 ‘늑대와 춤을’과 36년이라는 시간적 간격이 있음에도 거의 그 시간적 격차를 느낄 수가 없다는데 놀라울 뿐이다.

1954년 당시 상황에서 인디언들에 호의적인 영화는 없었기에 이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흥행 실패를 염려했다고 한다. 다만 인디언이 백인의 문화 속으로 들어오는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 때문에 흥행과 버트 랭커스터의 입지는 무너지지 않았지만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한편 영화 아파치의 줄거리 & 결말은 아파치 부족장인 제로니모(몬테 블루)가 백인에게 항복을 하고 백인의 문화 속으로 들어가자 마사이(버트 랭커스터)는 마지막 전사로 남을 것을 다짐하고 대항을 하다 잡힌다. 목숨을 건 탈출을 하고 여기저기 거처도 없이 다니다가 백인에게 동화된 인디언들을 본다. 그들은 마사이에게 백인과 함께 살자는 권유도 받지만 아파치의 마지막 전사라는 각오와 긍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러다 체로키 인디언에게 밭에 심을 옥수수 씨앗을 받는다. 인디언 전사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체로키부족의 말을 듣고 마사이는 아직 항복을 하지 않은 부족 속으로 숨어들어간다. 마사이는 부족을 이끄는 산토스(폴 길포일)에게 옥수수를 보여주며 옥수수를 재배하자고 설득을 한다. 하지만 이미 알콜 중독에서 헤매는 산토스는 마사이를 백인 정부군에 고발을 한다. 다시 붙잡히지만 마사이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시 사지에서 벗어나 산토스의 딸과 함께 새로운 땅으로 간다.

백인에게 저항하며 아파치를 이끄는 새로운 부족장 산토스가 알콜중독으로 인간 구실을 못하고, 아파치의 마지막 전사로 남겠다던 마사이가 옥수수 씨앗을 받아들고 농사를 짓자고 하는 장면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백인에게 투항하지 않으면 폐인이 되고 결국 백인의 보호아래 농사를 짓게 될 것 이라는 암시가 깔려 있다. 하지만 1954년이라는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볼 때 1990년의 ‘늑대와 춤을’보다 더 파격적인 영화였다고 본다.

얻은 옥수수 씨앗을 아내(진 피터즈)와 함께 농사를 짓는 모습과 옥수수밭에서 군대와 맞서는 도중에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음을 알리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결국 백인의 승리를 의미하면서 영화는 끝나지만 말이다.

액션 신이 많지는 않고 다소 지루한 감은 있지만 이 영화는 사실 대단히 용감한 영화다. 흥행에서 참패를 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에서 상업영화가 취할 태도는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도박을 했고 어느정도 성공은 했다. 데뷔 3년 차의 신인 찰스 브론슨이 대사가 거의 없는 인디언 출신 정부군 소속 혼도 역을 연기하고 있다. 당시엔 거의 존재감이 없는 배우였지만 17년이 지난 1971년엔 전 세계 가장 인기 있는 남자 배우로 선정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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