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박태현 기자] 검찰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할 당시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이에 오갔던 대화가 공개됐다.

이 전 대통령이 원 전 원장에 “부담스럽다. 조용히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검찰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온 것.

이에 원 전 원장은 당시 임채진 검찰총장을 만났다는 진술도 제시됐다.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대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원 전 원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고손실 혐의 등의 재판에서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 도중 이 같은 말을 했다.

자신이 2009년 4월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응 심리전을 펼치라고 지시했다는 검찰 주장을 반박하는 맥락에서 나온 얘기다.

원 전 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2009년 4월 이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앞둔 시점에 원 전 원장을 불렀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는 게 부담스럽다. 권양숙 여사는 부산 호텔에서 조사했는데 그렇게 조용히 하든지 아니면 방문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걸 검찰총장에게 전달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은 당시 “그걸 왜 저한테 시키시느냐”고 반문했고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 차원이 아니라 검찰총장이 학교(대학) 후배니까 좀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은 “저도 부담스러워서 대학 동기 중 임채진 총장과 동기가 있어서 그 사람에게 얘기해달라고 하니까 그 사람이 저보고 직접 하라고 해서 안가에서 총장을 만났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임 총장은 ‘중수부장(이인규 옛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전혀 내 말을 안 듣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원 전 원장은 말했다.

원 전 원장은 “이후 원에 와서 차장에게 ‘전직 대통령 문제로 시끄러운데 그렇게 안 됐으면 좋겠다는 게 대통령 뜻’이라고 하니 차장이 ‘법조 출입을 20년 한 단장이 있는데 원 차원이 아니라 여론 차원에서 전달하게 하면 어떻겠냐’고 했고, 그래서 국민 여론이 그렇다고 전달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일간지에 ‘국정원장이 수사 지휘하나’라고 대대적으로 나와서 엄청 시달렸다”며 “혼자 한 게 아니라 대통령 뜻도 그랬고, 총장에게 얘기도 했는데 한쪽으로는 심리전 활동하라고 시키는 건 아무리 봐도 상식에 안 맞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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