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 베트남 사람들이 즐겨 키우는 식물 담긴 애정

[코리아데일리 정은채 기자]

23일 ebs를 통해 방여돼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는 비현실적인 남편을 대신해 마님은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한다. 장사를 하면서 남편의 잦은 가출로 점점 기울어져 가는 가세를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하는 와중에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은 공허함은 어쩔 수 없는 법. 그녀는 어린 종 무이를 극진히 아끼고 사랑하며, 남편의 부재와 딸의 죽음에서 오는 공허감을 메꾸며 살아가는 여인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그러던 중 세월이 흘러 어느새 무이가 스무 살이 된다. 마님은 그동안 무이로부터 마음의 위안을 얻으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다. 가세가 기울어 더 이상 무이를 거둘 수 없게 된 것이다. 마님은 무이를 큰 아들 트렁의 친구인 쿠엔의 집으로 보내기로 한다. 그리고 마치 딸을 시집보내듯 딸에게 주려고 했던 옷과 패물을 무이에게 챙겨준다.

▲ 영화 스틸 컷

무이의 새 주인 쿠엔은 작곡가이다. 넓은 집에 혼자 살며 피아노를 치고 곡을 쓰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이 집에서 무이는 쿠엔의 충실한 몸종 역할을 한다. 사실 무이는 처음 마님 집에 들어갔을 때부터 집에 놀러 온 트렁의 친구 쿠엔을 남몰래 사모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사모하던 남자의 집에서 살게 된 것이다. 무이는 행복한 마음으로 쿠엔의 시중을 든다. 초록의 식물이 가득한 쿠엔의 집에서 말없이 그림자처럼 움직인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쿠엔의 피아노 소리와,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뿐. 카메라는 천천히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는 것처럼 평화로운 집안 풍경을 담는다.

그린 파파야 향기.는 처음 이 영화를 볼때는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에 대해서 김기영 영화감독은 “젊은 시절 TV에서 나왔을때..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지루하지만 그냥 끝까지 봐야 할 것 같아서 보았던 영화이다. 세월이 흐른후 비디오를 한참 빌려 보던 때의 일이다. 이 비디오가 눈에 들어왔었다. 왠지 처음 이 영화를 보았을때 나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빌려왔었다.”면서 “그리고 나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이 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는 세월이 흐른다 하여도.. 나에게 최고의 로맨틱한 영화로 기억 될 듯한 느낌이 든다. 얼마전에도 이 영화를 보았었다. 무이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비춰지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영상들이 나의 눈에 그대로 비춰들었다.. 먹을 것을 나르는 개미의 모습이나.. 파파야를 다듬고 난 후에 파파야를 반으로 가르고 파파야 속을 손가락으로 가만히 만지는 무이의 모습.. 아름 다운 모습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최고의 장면을 뽑는 다면.. 쿠엔과 무이의 숨박꼭질 장면일 것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그 장면을 볼 때는 나의 가슴까지 같이 뛰었었다. 아름답게 차려입은 무이는 거울 앞에서 쿠엔의 애인이 놓고 갔던 립스틱을 바른다. 쿠엔이 돌아와 무이를 지켜보는 것을 모르던 무이는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고 있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 보는 쿠엔.. 그리고 자신을 지켜보는 쿠엔을 알아차린 무이는 쿠엔을 피해 도망가는데.. 그 뒤를 쫒는 쿠엔.. 아.. 너무 멋지다. 이 외에도 쿠엔의 집으로 가기전의 무이가 있던 주인집의 이야기들도.. 가슴에 깊이 남아 있는 영화이다. 볼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영화이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 줄거리 결말은 트란 안 홍 감독의 93년도 깐느 그랑프리작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는 크게 두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전반부는 한 집안에 가정부로 들어 간 어린 소녀 무이의 눈에 비추어진 자연과 사람들의 심리 변화들이 흐르는 듯한 카메라 워크와 뛰어난 공간구성을 통해 묘사된다.

어린 무이를 괴롭히는 주인집 꼬마의 장난스러움이나 삶의 사소한 일들의 묘사나 식물, 곤충등의 자연물의 클로즈업은 영화를 풍부하게 만든다. 후반부는 무이가 어른이 되고 사랑을 하게 되며 한 여인으로서 행복한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후반부에는 대사는 더 절제되고 사건들은 음악과 카메라 트래킹을 통해 말해진다. 매우 천천한 템포이지만 화면은 결코 헛되이 지나가지 않는다. 무이와 그녀를 좋아하는 쿠엔과의 사랑의 숨바꼭질은 무언의 대사로 이들의 심정이 전달됨을 느끼게 해준다.

한편 이 영화는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프랑스 영화이며 내용의 참신함도 없고 음향도 거의 없는 이 영화는 현대 영화의 화려함보다는 영상미가 너무 매력적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보고 싶어지는 명화 중 명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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