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성. 극단명태 SNS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전북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극단의 대표가 소속 배우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나왔다. 연극배우인 피해자는 얼굴과 실명을 밝히고 정식 기자회견을 열어 대표의 만행을 고발했다.

연극배우 송원(31·여)씨는 26일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지난 2010년 1월 활동했던 ‘극단명태’ 대표 최경성(50)씨에게 성추행과 상습적인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송씨는 “당시 최씨는 나를 도내 한 대학 뮤지컬 동아리 MT에 데려갔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손과 허벅지를 만지며 추행했다”며 “MT 장소에 도착한 뒤 따로 저녁을 먹으며 야한 농담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스물 세살 어린 초보 연기자였기 때문에 대표에게 미움을 받게 될까 우려됐다”면서 “최씨는 자리를 피하려는 나에게 윽박을 지르며 모텔 안으로 데려갔다. 모텔 안에서도 옆자리에 눕게 하고 성희롱을 이어갔다.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회상했다.

더 일찍 사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그때는 제가 어렸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하거나 변호사를 만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주위에 도움을 구했지만 ‘네가 강간당한 것도 아닌데 고소할 수 있느냐’는 말이 무기력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송씨는 “가장 힘든 것은 그날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당시 상황을 말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극단 동료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이라며 “8년이 지나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상황에 최씨를 폭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최 씨는 내가 입단한 2006년부터 개인적인 일이나 극단 문제를 상의한다는 핑계로 불러 여자 이야기를 하고 밤 늦게 문자를 하며 성희롱을 했다”며 “피해자인 나는 이후 극단을 떠나 1년 넘게 연기를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아픈 기억에 힘들어 하는데, 가해자인 최 씨는 성화 봉송 주자로까지 나서며 잘 사는 모습에 억울함과 무기력함을 느꼈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송 씨는 현역 배우인데 신분을 공개해도 괜찮으냐는 질문에 “(얼굴과 이름) 전부 공개해도 된다.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최 전 대표가 모든 것을 발뺌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성추행을 당한 건 송씨 뿐 만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다른 피해자가 3명 더 있다. 그들은 끝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세상에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투 운동에 동참하며 최씨의 처벌과 진정한 사과를 요구한다. 나 같은 피해자가 다시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기자회견 이후 입장을 발표하고 송 씨에게 사과했다. 최 씨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변명하지 않겠다”먀 “그 일을 가볍게 생각했던 나의 무지를 후회하고 반성한다. 이번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에 자유롭지 못한 저를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께 고개 숙여 사죄한다. 꼭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를 구하겠다”면서 “모든 관계자분들에게도 죄송하고 앞으로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1987년 전주시립극단에 입단한 최경성은 1997년 6월 극단 명태를 창단하며 전북에 거점을 둔 대표적인 연극연출가로 활동했다. 단오제, 소셜아츠페스타 등 지역의 큰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아왔으며, 한국문화의집협회 이사, 전주문화의집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에는 제22회 전북연극제에서 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3일 전북 군산시 경암동 폐철길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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