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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정부가 사실상 강남 집값을 잡기위해 내놓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대책'에 대한 시장 반응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대책이 강남 집값을 더 올리고 비강남 지역을 짓눌러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대책 발표 이후 노원구와 양천구 등 비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강남 재건축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제 막 재건축 시동을 걸려는 순간 사업이 '올스톱' 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날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5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30년 재건축 연한을 다 채워도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재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현재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이 지난 서울 아파트 단지 중 안전진단을 아직 받지 않은 곳은 총 10만3822가구로 추산된다. 이 중 집값 과열의 중심에 있는 강남3구 재건축단지는 16%인 1만7567가구에 불과하다. 특히 강남·서초구의 주요 재건축단지는 대부분이 이미 재건축이 완료됐거나 안전진단을 받은 상태여서 큰 영향이 없다.

반면 비강남권인 양천구가 2만4358가구로 압도적으로 많고 서민 대표 거주지역인 노원구가 8761가구로 그 뒤를 이었다. 양천구 주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대책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목동에 위치한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7단지와 신정동 소재 8~14단지는 최근 재건축 연한을 채워 사업을 가속화하려는 찰나였다. 양천구 주민단체인 '양천발전시민연대'는 안전진단 강화대책 발표 당일 긴급토론회를 열어 정부 대책을 비난하며 대책을 모색했다. 단체 관계자는 "양천구 재건축 추진 단지가 제일 많은데 아무 의견수렴도 없이 대책을 발표해 뒤통수를 맞은 꼴"이라며 "정부가 민간주도 재건축을 통제 아래에 두려 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투기지역 지정에 이어 2연타를 맞은 노원구 주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원구는 1987~1989년 준공된 상계주공아파트 등이 지난해부터 재건축 연한을 채워 차례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노원역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노원구의 경우 8·2 부동산대책에서도 강남과 함께 투기지역에 묶여 피해를 봤는데 재건축마저도 어렵게 됐다"며 "강남 집값을 잡으려는 정책이 오히려 강북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4월부터 양도세가 강화되는데다 안전진단 이슈까지 겹치면서 이들 지역 재건축 단지는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목동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 매물이 4월을 코앞에 두고 최고점 호가에서 2000만∼3000만원 정도 낮게 풀리고 있다"며 "앞으로 거래절벽이 예상돼 가격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작 이번 대책의 타깃으로 꼽히는 강남·서초구의 일부 재건축단지들은 오히려 반사이익에 따른 기대감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반포·개포·압구정 지구 등 대표 재건축단지들은 이미 재건축이 완료됐거나 안전진단을 마무리했다. 안전진단 강화로 전반적인 재건축 사업 속도가 늦춰져 공급이 줄면 이들 단지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이 더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압구정이나 개포처럼 이미 안전진단을 받거나 사업이 진척된 강남권 단지들은 희소성이 높아져 더 공고한 섬을 쌓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해 향후 재건축 사업 진행에 난관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 대안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21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비롯해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 핀셋 규제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재건축을 포기하고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분당신도시를 비롯해 서울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중계동, 상계동 등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방식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이번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채운 아파트라도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 없으면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워진 만큼,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트는 단지들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국토부가 재건축 관련 규제를 쏟아내자 분당과 평촌,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일부 재건축을 앞둔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사업 방식을 변경하기도 했다.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을 전부 철거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증축 또는 대수선을 통해 내진 성능을 높여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추진 가능 연한이 재건축의 절반에 해당하는 15년에 불과하며, 사업 절차도 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여기에 리모델링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분양가 상한제, 기부체납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상당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재건축을 포기하고 리모델링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리모델링 방식은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낮은 데다, 추가부담금 등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리모델링은 최대 3개 층까지만 더 높일 수 있어 조합원 부담이 크게 줄지 않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건축 연장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시사해 시장은 여전히 리모델링 단지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리모델링이 재건축의 완벽한 대안이될 순 없지만, 주거환경 개선이 절실한 단지의 경우 재건축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 강남 지역은 새 아파트 수요가 많아 집값이 추후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입주민이 많아 비용을 감수하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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