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이은경기자] 법제처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실제 돈의 주인임이 드러났기 때문. 하지만 해당 금융사들이 계좌 정보를 폐기한 탓에 과징금 부과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당국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 원장을 금융사들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법제처 해석요청 전 파악하고 있었다.

당국은 지난해 11월 이 회장 차명계좌가 개설된 증권사, 은행 등 10여개 금융사에 대한 현장 점검을 했다. 금융감독원은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에서 드러난 차명계좌를 전수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 32개를 추가로 발견하기도 했다.

이 현장조사에서 당국은 금융회사들이 1993년 8월12일 당시 계좌 잔액 정보를 담은 '계좌 원장'을 삭제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현장조사에서 발견된 원장 중 가장 오래된 게 2007~2008년 기준이었다"며 "1993년 정보는 없다고 당국에 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10년 이상 오랜 시간이 지나 해당 계좌들의 정보를 삭제했다는 얘기다.

법제처가 판단한 과징금 부과 대상은 1993년 8월12일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 27개다. 금융위가 법제처에 이들 계좌가 금융실명법상 과징금 대상인지 판단해달라는 법령해석 요청을 한 건 지난 1월3일이다. 법제처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는 판단을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부과가 어렵다는 걸 당국은 요청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남은 건 차등과세 문제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993년 이전은 물론,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를 비실명 자산으로 보고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90%의 중과세를 권고했다. 금융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삼성 측은 이 회장 개인재산 문제라며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고, 금융위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금융실명제 실무운영상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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