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쳐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대단한 하루였다. 한국의 동계올림픽 대표적인 '효자종목'인 쇼트트랙이 임효준(한국체대)의 남자 1,500m 금메달과 함께 힘차게 메달 행진의 포문을 열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하루에 올림픽 신기록을 2개나 쏟아내는 진기록을 연출했다.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효자 종목 쇼트트랙이 시작됐다. 남자 쇼트트랙 1,500미터에서 임효준 선수가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임효준은 8바퀴를 남긴 시점에서 황대헌과 함께 다른 선수들을 앞질렀다. 강력한 경쟁자인 네덜란드의 싱키가 치고 나오면서 한때 선두권에서 밀렸고, 중심을 잃고 밀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두 선수 사이를 파고드는 묘기 같은 몸놀림으로 곧바로 따라잡았다. 동료 황대헌이 빙판에 걸려 이탈했지만 세 바퀴를 남기고 혼신의 역주로 1위 자리를 탈환한 뒤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임효준은 2분 10초 48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또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 준준결승과 3000m 계주 예선을 연달아 치렀다. 여자 대표팀은 두 종목 모두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쇼트트랙 강국’의 면모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대회 첫 올림픽 신기록의 주인공은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22)이었다. 최민정은 500m 8조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스타트를 두 번째로 끊은 최민정은 한 바퀴 만에 아웃 코스로 역전에 성공,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갔고 이후 뒤따라오던 세 선수가 넘어지면서 최민정은 여유롭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민정의 기록은 42초87. 최민정은 마지막에 힘을 잔뜩 빼고 스케이트를 탔음에도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최민정의 500m 올림픽 신기록은 의미가 크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전통적으로 500m 종목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쇼트트랙 강국의 면모를 보이고는 있지만, 올림픽 500m 종목에서는 금메달을 단 한 번도 목에 건 적이 없다. 1994 나가노 대회의 전이경과 2014 소치 대회의 박승희가 딴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두 번째 올림픽 신기록은 3000m 계주에서 나왔다. 심석희-최민정-김예진(18)-이유빈(16)으로 이뤄진 쇼트트랙 계주 팀은 준결승 1조에서 4분06초387을 기록,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이 기록 역시 올림픽 신기록.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하루에 올림픽 신기록을 두 번이나 달성하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과정을 놓고 보면 더 극적이다. 한국 대표팀은 23바퀴를 남겨두고 이유빈이 넘어지면서 크게 뒤처졌다. 한 바퀴 가까이 뒤처지며 패색이 짙어졌던 그 순간. 그러나 한국 대표팀은 기적을 일궈냈다. 넘어진 이유빈과 침착하게 터치한 최민정은 열심히 상대 팀들을 뒤쫓았다. 그리고 차근차근 후발 주자들에게 바통을 넘겨주며 점차 간극을 좁히기 시작했다. 결국 여자 대표팀은 12바퀴를 남기고 최민정이 3위에 올라서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분위기를 탄 한국 대표팀은 7바퀴를 남기고 심석희가 선두에 올라서면서 승기를 잡았다. 이후 후발 주자들이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하며 간격을 더 벌렸고, 대표팀은 여유 있게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캐나다, 헝가리, OAR(러시아 출신 선수)은 당황했다. 경기 후 전광판을 통해 올림픽 신기록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장내는 물론 중계로 지켜보던 시청자들 모두 술렁였다. 넘어지면서도 올림픽 신기록을 달성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명불허전' 쇼트트랙 강국의 위엄을 세계에 널리 알린 순간이었다.

한편 이를 접한 외신들도 감탄을 표했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경기 후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넘어지고도 3000m 계주 올림픽 기록을 썼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이 레이스 초반 넘어진 것은 경쟁국에 큰 선물이었다"면서도 "한국이 넘어졌다? 1998년과 2002년, 2006년, 2014년 금메달을 딴 나라다. 포디움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 이변이다. 만약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면 충격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후스포츠는 미국 쇼트트랙 스타이자 NBC 해설위원인 아폴로 안톤 오노의 멘트로 한국 쇼트트랙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야후스포츠는 "한국이 넘어졌을 때 오노가 '아직 시간이 있다'고 했는데 그대로였다"면서 "한국은 따라잡고, 따라잡고, 따라잡아 결국 선두로 나섰다. 선두로 나선 뒤에는 거리를 벌렸다. 오노도 '얼마나 거리를 벌려야 한국을 이길 수 있을까'라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