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쳐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된 빅터 차(57) 미 조지타운대 교수이자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선제타격을 반대한 뒤 내정이 철회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대사 내정자가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임명동의)까지 거친 뒤 낙마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차 교수는 ‘대북 선제타격은 해법이 아니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WP에 보내는 등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른 적임자를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말해 차 교수에 대한 대사 내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철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WP는 전했다. 한국계 이민 2세인 차 교수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아그레망을 요청하면서 내정 사실이 알려졌다.

다른 행정부 관계자는 차 교수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대사직을 수행하기에 적절치 않은 과거 행적이 드러났다고 WP에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차 교수 부부가 과거 한국에서 벌인 사업에서 뭔가 드러났다는 식으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가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두 신문 모두 차 교수에 대한 검증이 수개월 동안 진행된 뒤 한국 정부의 아그레망까지 받은 상태여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진짜 이유는 차 교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정책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차 교수는 지난해 12월 대사로 내정된 뒤 백악관의 제한적인 선제타격 계획인 이른바 ‘코피(bloody nose) 전략’이 위험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들이 선제타격 전에 실행되는 한국 내 미국인 비전투원 대피훈련을 도울 준비가 됐는지 묻자 차 교수는 선제타격 자체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에 우호적으로 재개정되지 않을 경우 폐기하겠다”고 위협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한마디로 차 교수의 잇단 고언에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상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차 교수는 WP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피츠버그나 신시내티 같은 도시 인구에 해당하는 미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 김정은을 선제타격이 아니면 제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김정은이 같은 방식으로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단합된 압박을 통해 자기파괴적인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제한적 타격 못지않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 차 교수는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며 대북 강경론을 펼쳐 ‘매파’로 분류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대화는 열려 있다”고 말하면서도 선제타격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차 교수 내정을 철회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꼬집었다.

한편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부 장관 또한 ‘코피(bloody nose) 전략’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31(현지시간)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피(bloody nose) 전략'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그것은 매우 큰 도박이다. 나는 그 도박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북 선제공격과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허튼 생각과 허세"가 수백만 명의 희생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일 북한과의 전쟁이 발발하면 문자 그대로 한국에서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미국인 수만 명이 죽을 것"이라며 "우리는 (한국에) 배치된 3만 명의 군대와 다른 미국인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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