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쳐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대회 4강에 진출한 정현(58위·한국체대)이 6일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500만 호주달러·약 463억 원)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의 준결승에서 기권패했다.

정현은 이날 오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12일째 남자단식 4강전 페더러와의 경기에서 1세트를 1-6으로 내준 뒤 2세트 게임스코어 2-5로 뒤진 상황에서 기권을 선언했다.

정현은 2세트 1-4의 상황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다. 왼쪽 발바닥 물집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현은 부상 조치 후 코트에 돌아와 자신의 서브 게임을 따내면서 ‘부상 투혼’을 발휘하는 듯했으나, 결국 기권을 선언했다.

페더러는 역시 최강자다웠다. 상대가 한 수 아래라도 철저히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반면 정현은 페더러와의 맞대결이라는 것과 준결승 무대가 주는 부담감을 이겨내야 했다. 페더러의 샷은 팔꿈치가 편치 않은 노박 조코비치나 힘만 좋은 테니스 샌드그렌과는 달랐다. 강서브가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날아왔고, 손목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넓은 각도로 뿌리는 스트로크는 명품이었다.

1세트, 정현의 서비스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출발부터 위기에 빠졌다. 페더러가 좌우 코트를 공략하며 정현을 흔들었다. 브레이크를 당할 위기에 놓인 정현은 저력을 발휘해 듀스를 만들었지만, 페더러의 공격적인 플레이에 결국 첫 게임을 내줬다. 정현은 자신의 두 번째 서비스게임은 지켰지만 1-3에서 또 한번 브레이크를 당했다. 이후에도 정현은 범실에 발목을 잡히면서 더 이상 게임을 따내지 못한 채 1세트를 마쳤다.

2세트에서 정현은 더욱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고 게임 스코어 1-2에서 또 다시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게임스코어 1-4에서 6번째 게임을 앞두고는 메디컬 타임을 요청했다. 정현은 왼쪽 발바닥 물집 치료를 받은 뒤 다시 코트에 섰다. 정현은 아픈 내색 없이 묵묵히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발놀림은 더욱 무거워졌다. 결국 정현은 2세트 게임스코어 2-5, 8번째 게임을 진행하다 기권했다.

기권승을 거둔 페더러는 경기 후 코트 인터뷰에서 “첫 세트는 (정현이) 워낙 경기를 잘했다. 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 그러나 2세트 들어 움직임이 둔화했다. 뭔가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부상을 안고 뛰었을 때 얼마나 아픈지 안다. 멈춰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도 안다. 이렇게 결승에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아쉽다”고 말했다. 페더러는 그러면서 정현에 대해 “대회 기간 보여준 실력을 보면 충분히 톱10을 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춘 선수다.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호주오픈 측은 공식 SNS를 통해 "불운한 장면이다. 정현이 어쩔 수 없이 경기 초반에 기권을 했다"고 적었다. 호주 오픈 측은 "페더러는 멜버른 파크에서 7번째 결승을 치른다"고 덧붙였다.

정현의 도전은 사상 첫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4강에서 멈췄지만 이미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이전까지 한국 선수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은 16강이었다. 이형택과 이덕희가 3차례 16강전에 진출했다. 정현은 16강전을 넘어 준결승까지 가며 새 역사를 썼다. 그 과정에서 세계 4위의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빅4’ 노박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물리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한편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19차례 우승한 ‘테니스 황제’ 페더러는 28일 결승에서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와 맞붙게 됐다. 페더러는 칠리치와 상대 전적에서 8승 1패로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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