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조은아 기자] 지난 3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신서동 방향으로 차를 타고 30분가량 달리자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공공기관 단지가 나타났다. 한국가스공사·한국감정원 등 공공기관 10개가 입주한 대구 신서혁신도시다. 공공기관 단지에는 한국뇌연구원·신약개발지원센터 등 첨단의료분야의 연구·개발·생산 센터가 모인 첨단의료복합단지도 있다. 신서동이 있는 팔공산 아래서 산·학·연이 모여 혁신을 이룬다는 뜻에서 팔공 이노밸리(Innovation Valley)라고도 불린다.

동구 신서동 일대에 면적 421만6000㎡, 계획인구 2만2215명 규모로 조성된 신서혁신도시는 2007년부터 2015년 12월까지 1조450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준공했다. 혁신도시 주변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이 13개 단지 6845세대가 있다. 1개 단지 477세대도 추가로 착공될 예정이다.

신서혁신도시에는 병·의원 8곳, 약국 4곳, 편의점·마트 35곳 등 편의시설이 있다. 단지 인근 중심 상업지구에는 올 2월 대형마트 코스트코도 문을 연다. 유치원 4개, 초·중·고등학교가 각 2곳, 1곳, 1곳이 있다. 신서동 일대에서 태어나고 자란 주민 김은희(42)씨는 “예전에 이곳은 허허벌판에다 대구에서도 이른바 가난한 동네였는데 공기업이 입주하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모든 게 새것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인구는 6배가량 늘었다. 혁신도시 준공 전인 2014년만 해도 2111명이 살고 있었지만 2017년 11월 기준 혁신도시 계획인구(2만2215명)의 64%인 1만4165명이 살고 있다. 공공기관 10곳에서 신서혁신도시에 새 보금자리를 꾸린 인원은 3187명이다.

이중 가족과 함께 이주한 비율은 35%다. 가족동반 이주율이 높진 않지만, 아파트 분양은 대부분 완료됐다. 이정화 서한 명가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공공기관 이주 임직원에게 특별 분양을 해준 데다가 경산시 등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학교 등 인프라가 잘 조성된 신서혁신도시의 아파트를 분양받으면서 지금은 아파트에 주민들이 꽉 차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세수도 늘었다. 지난해 혁신도시에서 걷힌 지방세는 486억8300만원이었다. 2014년 220억원보다 두 배 늘었다. 혁신도시에서 납부하는 지방세는 대구시 전체 지방세수의 1.6%를 차지한다.

인구 증가에 덩달아 치솟는 땅값 문제는 신서혁신도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0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서혁신도시 보상가는 전·답의 경우 3.3㎡당 48만~50만원, 대지는 3.3㎡당 142만원이었다. 임야는 3.3㎡당 보상가가 8만원대였다. 혁신도시 조성 후 상업지역의 경우 땅값은 최근 3.3㎡당 2500만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상가 매매가도 함께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혁신도시 내 상가 매매가는 1층 66㎡(20평)의 경우 5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혁신도시 내 상가의 절반은 비어있다. 혁신도시내 중심 지구의 공실률은 80%에 육박한다. 중심 상가지구의 한 건물은 34개 상가 가운데 28개가 비어있다.

중심 상가지구의 경우 아파트 단지와 떨어져 주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데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인근 공공기관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이날 상가 건물 곳곳에는 ‘임대’ ‘매매’ 등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곳 상가를 분양받은 김모(60)씨는 “노후 대비용으로 3억원 가까이 빚을 내 분양받았는데 임대는 안 되고 매달 이자만 100만원 넘게 나간다”며 “팔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나중규 대구경북연구원 미래전략실장은 “혁신도시의 주민의 생활 여건 개선에 더 힘써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혁신 도시내 기업과 지역 기업을 유기적 연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도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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