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산더 겜린 SNS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한국 피겨가 2017~2018 시즌, 어느 때 보다 치열했던 평창 동계올림픽 국내 선발전을 치르면서 3박자를 어느정도 갖춘 선수들을 발굴해냈다. 특히 기량과 감각이 '일신우일신' 성장하는 선수들이 ‘강심장’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점은 한국 피겨의 큰 수확이다.

7일 목동실내빙상장에서 끝난 제72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달아 펼쳐졌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3차 선발전을 겸해 치러진 이번 대회는 한국이 출전권을 따낸 여자 싱글(2명)과 남자 싱글(1명) 국가대표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남자 싱글 차준환(휘문고)이 대역전 드라마를 쓰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숱한 관문을 거쳐 마지막 프리스케이팅 몇 분 연기를 앞둔 시점, 점수차는 무려 20.29점. 고교생 차준환은 기술력으로 큰 격차를 극복하고 경쟁자 이준형(단국대)을 제치고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이날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 84.05점, 프리스케이팅 168.60점을 기록해 총점 252.65점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남자 선수 국내 최고점(쇼트·프리·총점)을 모두 새로 쓰며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동시에 1~3차 선발전 합계 684.23점으로 이준형(682.10점)에 간발의 차로 앞서 평창 티켓도 가져왔다. 2차 선발전까지 이준형에게 뒤처졌던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 곡을 지난 시즌 사용했던 '일 포스티노'로 변경하는 등 최종 선발전에 '올인'해 2.13점 차 대역전극을 일궈 냈다. 마지막 연기 직전 1위 이준형도, 2위 차준환도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심장, 그리고 3위에서 2위로 다시 1위로 가겠다는 강한 열정이 차준환을 평창으로 안내했다. 최근 몇 개월 쿼드러플(4회전) 점프 훈련에 전념하다 발목과 고관절 부상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일생일대 위기를 극복한 승리여서 더욱 값졌다. 단 한번의 연기로 20점의 격차를 극복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보였다. 그러나 차준환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클린으로 수행하고 ‘필살기’ 쿼드러플 살코에서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을 받았지만,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훌륭히 소화한 이후, 후반부에 트리플 플립-싱글 루프-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로 가산점까지 챙겼다.

연기가 끝난 뒤 차준환도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만족한 표정을 지었고, 전광판에는 총점 252.65.점이 찍혔다. 차준환의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모두가 ‘설마’ 했던 대역전극에 장내는 탄성으로 뒤덮였다. 드라마를 쓴 차준환 본인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차준환은 “경기가 끝났을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 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여자 싱글에선 최다빈(18·수리고)이 가슴 찡한 평창행 드라마를 썼다. 최다빈은 이날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총점 190.12점을 받아 김연아(28) 이후 처음으로 200점을 돌파한 유영(14·과천중·204.68점)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성적을 더해 1~3차 선발전 총점 540.28점으로 1위를 지킨 최다빈은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뤄 냈다. 최다빈도 최근 7개월새 모친상, 부상, 부츠 피팅 문제 등 3중고 겪었지만 강한 부활 의지로 마침내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꾸준히 성장해 세계정상권에 도달할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시상자로 나선 ‘피겨여왕’ 김연아는 올림픽 무대를 앞둔 후배들에게 “세 번의 선발전을 거치느라 긴장한 모습을 보는 게 안쓰럽기도 했다”며 “출전이 결정된 선수들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남은 기간안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만족스러운 경기로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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