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조은아 기자]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는 테론 샌즈에게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올해 54세. 하지만 샌즈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미국대표 선발전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아들뻘 되는 후배들에게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를 가르쳤다. 5일(한국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페팃 국립아이스센터에서 열린 대표 선발전 남자 1만m. 2명이 출전했으며 샌즈는 14분 35초 37로 체이스 라이히만(14분 25초 97)에 이어 2위가 됐다. 미국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1만m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해 다른 선수들은 레이스를 포기했다.

이로써 샌즈의 아름다운 도전 1막은 종료됐다. 샌즈는 3일 열린 5000m에선 7분 5초 17로 출전자 13명 중 10위에 그쳤다. 미국은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5000m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시카고 트리뷴은 샌즈가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미국대표팀의 예비 엔트리에 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비록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의 꿈은 멀어졌지만, 샌즈의 레이스는 감동을 안기고 있다. 코칭스태프가 어울릴 나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 스케이팅을 즐기는 자세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샌즈는 어린 시절 롤러스케이트와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겼고 15세 때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지역대회에선 이름을 꽤 날렸지만, 국가대표선발전 무대는 밟지 못했다. 샌즈는 회계사가 돼 평범한 가정을 꾸렸고 네 자녀를 키우면서 스케이팅과 멀어졌다. 30대 중반을 넘기면서 여느 아빠들처럼 배가 나오자 다이어트를 위해 기억 속에 자리 잡은 롤러스케이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우연히 페팃 국립아이스센터를 찾았다 다시 스피드스케이팅과 사랑에 빠졌다. 이미 40대에 접어들었지만, 샌즈는 엘리트 훈련 코스를 선택했다. 체력소모가 큰 스피드스케이팅은 대개 30대 초반에 은퇴하지만, 샌즈에게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 43세의 샌즈는 기록 단축을 거듭했다. 2013년 12월에는 5000m에서 개인 최고인 7분 07초 31을 작성했다. 하지만 2014 소치동계올림픽 대표 선발전 출전 기준 기록에 10분의 6초가 뒤져 아쉬움을 삼켰다.

50대로 접어들었지만 샌즈는 포기하지 않았다. 평소 집 근처의 실내링크에서 훈련하고, 매주 수요일에는 370㎞나 떨어진 밀워키까지 차를 몰고 가 훈련했다. 샌즈는 “젊은이와 경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나는 여전히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즈는 지난해 3월 1만m에서 50∼55세 최고 기록(13분 57초 62)을 세웠고, 10월에는 5000m에서도 6분 53초 12로 연령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마침내 평창동계올림픽 대표 선발전 출전 자격을 확보했다. 샌즈는 대표로 선발되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아들뻘 되는 후배들과의 경쟁은 쉽지 않았고, 평창동계올림픽 문 앞에서 멈췄다.

하지만 샌즈의 표정은 밝다. 샌즈는 “대표 선발전 무대만으로도 행복하다”면서 “5000m에선 3명이나 제쳤기에 나는 이미 승자”라고 말했다. 샌즈의 코치인 제프 클라이어는 “그는 세월이 흐르는 걸 걱정하지 않는다”며 “그는 여전히 선수로서 해야 할 모든 것을 빠짐없이 수행하는 좋은 롤 모델”이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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