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조은아 기자]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으로 발생하는 성병 중 하나인 '콘딜로마'(곤지름)가 국내에서 연간 8.3%씩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질환은 여성에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과 달리 남성에서 지속적인 급증세를 보여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콘딜로마는 성기 주위에 사마귀 같은 게 생겼다고 해서 '성기 사마귀'로도 불린다. 이 질환은 한 번의 성 접촉으로 절반 가까이가 감염될 수 있을 정도로 감염력이 매우 강한 게 특징이다. 대개는 성관계 2~3개월 후에 나타나는 돌기나 뾰루지 등의 피부병변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콘딜로마의 원인 바이러스인 HPV 중 16, 18형은 여성에게 치명적인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어 성관계 때 감염 예방을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같은 기간 남성은 1만4천38명에서 3만2천86명으로 2.3배 늘어난 반면 여성은 1만2천568명에서 1만5천834명으로 1.3배 증가하는 데 머물러 남녀 간 증가율에 큰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성관계가 왕성한 30대(39.3%)와 20대(34.2%)에 환자의 73.5%가 몰렸다. 이어 40대 환자가 15.4%를 기록했다. 전체 환자 수에 견줘도 20∼30대 남성 비율이 절반(49.2%)에 육박했다. 여성도 20∼30대에 환자의 70.9%가 집중됐지만 20대(50.7%)와 30대(20.2%)의 유병률 차이는 30% 포인트 이상으로 컸다.

연구팀은 국내 콘딜로마 환자가 2007년 이후 8년 사이 연평균 8.3%씩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성별 연평균 증가율은 남성이 11.6%로 3.6%에 그친 여성을 압도했다. 주목할 부분은 여성의 경우 2011년 이후 콘딜로마 환자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남성은 매년 증가세가 지속한 점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차이가 2007년부터 시작된 HPV 백신 접종이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2011년 이후 실제로 감염 예방 효과를 냈기 때문으로 봤다. 당시 국내에 도입된 HPV 백신은 남녀 모두가 접종할 수 있었지만, 여성의 자궁경부암 예방이라는 목적이 더 강조되면서 여성들만 백신을 접종했다는 것이다.

김준모 교수는 "여성의 콘딜로마 유병률이 낮아진 것은 자발적으로 HPV 백신을 접종한 여성에게서 HPV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순차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이와 달리 남성은 별다른 예방조치가 없어 환자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제는 남성에 대해서도 HPV 백신 접종을 권장할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김 교수는 "남성의 콘딜로마 유병률 증가는 여성에 대한 감염 위험도를 다시 높이는 것은 물론 질환 치료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남성의 HPV 백신 접종이 가지는 성병 예방 효과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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