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대서양 연안지역에 몰아친 태풍

 

[코리아데일리 조은아 기자] 한겨울 유럽 대서양 연안지역에 몰아친 태풍이 내륙지역인 스위스까지 강타하면서 유럽이 때아닌 태풍공포에 휩싸였다. 원래 태풍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대서양 동부, 고위도 지역인 유럽에 겨울태풍이 몰아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에 주목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폭풍을 일으킨다는 괴물 '티폰(Typhon)'을 지구온난화가 깨운 것이란 풍자까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유럽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새해 벽두부터 대서양 연안국들을 강타한 태풍 '엘리노어'로 인해 프랑스와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 서유럽 각국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22만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입었으며 영국에서도 2만3000여가구, 아일랜드도 5만가구의 전기가 끊겼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항공기 대부분이 결항됐으며 시속 200km 이상의 강풍이 휘몰아친 스위스에서는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하고 1만4000여가구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프랑스의 피해가 컸다. 프랑스는 지난달부터 한달사이 태풍 4개가 연달아 휩쓸고 지나가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나 유럽지역은 태풍이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지역이고, 여름도 아닌 겨울철 태풍이라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은 원래 해류 및 지구 자전의 영향을 받아 각 대양의 서부 해안지역 중 적도에 가까운 곳에서 주로 발생해 중위도 지역으로 태풍이 이동하면서 피해를 입힌다. 태평양 전체로 봤을 때, 서부에 놓인 동남아시아 일대와 대서양의 서부지역인 카리브해에서 주로 태풍이 발생하는 이유다.

그러나 유럽지역은 대서양 동부에 위치해있고, 특히 이번 태풍피해가 심하게 발생한 서유럽지역들은 상당히 고위도에 위치해있어 좀처럼 태풍피해를 입지 않는 곳이다. 서유럽의 대표도시인 파리가 북위 48도선에 위치해 서울보다 10도 이상 위에 올라가있고 런던도 51도, 암스테르담은 53도 등 상당히 고위도 지역에 위치해있다. 유럽지역이 바라보고 있는 적도선은 아프리카 중남부 일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설사 이 부근에서 태풍이 발생한다고 쳐도 거대한 아프리카를 뚫고 오기 힘들고, 카리브해 일대에서 발생했더라도 유럽까지 오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각 지역의 평균해수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태풍이 형성된 이후 더 많은 열에너지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태풍의 지속기간과 이동거리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통 해수면 온도가 섭씨 1도씩 올라갈 때마다 대기중 습도는 약 7%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고위도 지역의 해수면 온도도 올라가면서 카리브해 지역이나 대서양 중부 일대서 발생한 태풍이 유럽까지 올라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지난해 9월, 미국을 연달아 강타한 4개의 허리케인 역시 예년보다 대서양 수온이 1도 정도 상승한 것이 주 요인으로 꼽혔었다.

지구온난화가 거세질수록, 유럽의 태풍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 50년만에 거대 태풍 오펠리아가 몰아쳐 엄청난 피해를 입히기도 했고, 뒤이어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중부유럽을 덮친 태풍 헤르바르트의 영향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유럽도 더 이상 태풍의 안전지대가 아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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