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조은아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소득이 처음 으로 5000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를 앞지르며 가구당 부채가 처음으로 7000만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추세라 가계의 빚 부담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1일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전국 2만가구를 조사해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부채는 7022만원으로 1년 전(6719만원)보다 4.5%가 늘었다.


이에 비해 가구당 평균 소득은 2015년 4882만원에서 지난해 5010만원으로 2.6%(128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소득에서 세금, 보험료 등을 뺀, 가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은 4118만원으로 2.4% 증가했다. 가구가 돈을 벌어 소득을 늘려가는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많게는 2배 더 빨라 빚 갚기가 훨씬 힘들어진 것이다.


빚이 있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63.2%로 지난해보다 1.4%포인트가 줄었다. 하지만 이들이 진 빚의 중간값(빚을 진 가구를 차례로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빚)은 5030만원으로 작년보다 0.6% 늘었다. 빚을 진 가구의 수는 약간 줄었지만 가구당 지고 있는 빚의 무게는 더 무거워졌다는 의미다.
 

늘어나는 빚의 대부분은 은행 대출 등 금융 부채였다. 가계 부채의 71.2%인 4998만원이 금융 부채였다. 금융 부채는 1년 새 5.9%가 불었다. 나머지 2024만원은 임대보증금으로 1.3% 늘었다. 금융 부채의 81%(4056만원)는 담보 대출이었다. 집 등을 담보로 빚을 많이 냈다는 뜻이다.


한 가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 부채 비율은 121.4%로 1년 전보다 4.0%포인트 상승해 빚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더 커졌다.


특히 저소득층과 청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빚이 빠르게 늘고 있다.


빚을 진 가구의 가구주를 연령대별로 보면, 가구주가 30세 미만인 가구의 부채 증가율이 41.9%로 가장 높았다. 2016년만 해도 1681만원이었던 30세 미만 가구의 부채는 1년 새 2385만원으로 늘었다. 취업난에 이어 빚 부담까지 청년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평균 부채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빚 내서 집을 사는 경우가 많은 40대로 8533만원이었다.


직업별로 보면, 자영업자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 부채가 166.8%에 달해 월급쟁이(107.8%)의 1.5배에 달했다. 원리금 상환액도 처분가능소득의 35%나 됐다.


소득 수준별로 금융 부채의 증가 속도를 따져보면 소득 하위 20% 계층의 금융 부채 증가율이 12.5%로 가장 높았다. 소득 하위 20% 계층의 경우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 부채 비율도 전년 대비 10.8%포인트가 올랐다.


국민 다수가 빚 갚기에 급급하다 보니 노후 대비는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구주가 아직 은퇴하지 않은 가구 중 노후 준비가 잘돼 있다고 답한 가구는 9.3%뿐이었다. 전혀 안 된 가구도 17.8%였다.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 중 생활비에 여유가 있는 가구는 8%에 불과했다.


금융 부채를 갖고 있는 가구들은 1년 뒤 상황도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가구 10곳 중 7곳(67.5%)은 1년 뒤에도 부채가 늘거나 여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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