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수녀, 엄마, 소록도 할매…그 모든 부름이 ‘사랑’ 감동의 삶

[코리아데일리 강유미 기자]

25일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로 KBS가 엄선한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우리나라 전남 고흥의 작은 섬, 소록도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을 위해 한 평생 사랑과 봉사를 실천한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삶을 조명하는 휴먼 다큐이다. 소록도 10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 제작된

이 작품은 오해와 편견이 빚은 애환의 섬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끌어안은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이야기를 전한다. 간호사, 수녀, 엄마, 소록도 할매… 그녀들을 지칭하는 말들은 각기 달랐지만, 그 모든 부름이 ‘사랑’ 그 자체였던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다.

▲ 실존 인물인 마리안느, 마가렛 (사진 코리아데일리 DB)

영화 ‘리안느와 마가렛느’줄거리 & 결말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각각 1962년과 1966년에 한센인 구호단체인 다미안 재단을 통해 파견 간호사로 처음 소록도 땅을 밟았다.

두 사람은 아무 연고도 없는 지구 반대편의 소록도에서 청춘을 바쳐 구호활동에 매진한다. 이후 공식적인 파견기간이 끝난 뒤에도 자원봉사자로 남아,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조건 없는 사랑으로 한센병 환자들과 그 자녀들을 보살폈다.

그리고 지난 2005년 11월, 건강이 악화된 두 사람은 결국 고국인 오스트리아행을 택했다. 20대 후반에 처음 섬을 찾았던 이들은 어느덧 70대를 넘긴 노인이 되어 있었다.

많은 이들은 이와 같이 감동적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사연이 그들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을 궁금해 했다.

이는 ‘해야할 일을 했을 뿐, 칭송받을 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두 사람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드러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일생을 바쳐 봉사의 삶을 살아온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끝까지 그저 그 인생이 무척이나 행복했다며 끝까지 자신을 낮췄다.

두 사람이 소록도를 떠나 고국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간지도 벌써 10년이 흘렀고,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현재 80대에 이른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러나 두 사람의 얼굴은 우리들에게 이제 그저 외국인 할머니들로만 보이지 않는다. 서툴게나마 우리말로 전하는 그들의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진한 울림으로 우리들의 마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미는 영화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건사고가 미디어에 오르내리고 온갖 자극적인 뉴스가 난무하는 요즘, 뻔한 미담은 오히려 너무 쉽게 묻혀버리곤 한다. 허나 어둠이 짙을수록 한줄기의 빛은 더욱 선명하게 빛나기 마련. 진정성 있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삶을 정공법으로 다룬 휴먼 다큐 ‘마리안느와 마가렛’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이역만리 낯선 땅을 찾아 무려 43년간 사랑을 실천한 ‘마리안느와 마가렛’. 한센병이 천형처럼 여겨졌던 1960년대 대한민국에서 이웃은 물론 가족들에게 조차 외면당했던 한센병 환자들을 사랑으로 돌본 이들이 다른 누구도 아닌, 타국의 이방인이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휴먼 다큐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희망’에 대한 마리안느의 나지막한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으로 살아갈 것을 당부한다. 언어도 음식도 낯선 나라, 더욱이 사회적으로 격리되었던 열악한 환경의 소록도에서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준 마리안느와 마가렛. 그들의 사랑은 인종과 종교를 초월한 것이었다.

편견과 오해로 상처 입은 들꽃 같은 사람들을 향한 한결 같은 사랑은 육체적인 상처뿐 아니라 심리적인 아픔까지도 끌어안았다. 죽어서도 소록도에 묻히길 원했던 두 사람은 건강 악화로 예전처럼 일을 할 수 없고, 오히려 소록도에 부담이 될까 염려하여 2005년 11월 편지 한 장만을 남기고 홀연히 섬을 떠났다.

78분의 짧은 영화를 통해 두 사람을 모두 알기란 부족하겠지만, 적어도 이 두 사람의 아낌없는 사랑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될 것이다.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아가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숙고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우리 곁에 머물다 간 ‘사랑’ 그 자체의 여운을 실감케 하는 휴먼 다큐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충만한 삶의 향기로 우리에게 생의 희망과 용기, 사랑의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는 사회와 사람에 좌절하고 냉정한 현실에 상처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세상의 온기를 한층 끌어올려 주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편 고흥 소록도에서 43년간 한센인들을 위해 무보수 자원봉사로 헌신한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남도는 가칭 '마리안느와 마가렛 노벨평화상 범국민 추천위원회'를 연내 발족하고, 내년 1월 노르웨이 노벨평화상 위원회에 후보 추천할 계획이다.

전남도는 지난 6월부터 고흥군, 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신부 김연준)과 공동 TF팀을 꾸리고 추천위원회 구성과 범국민 홍보활동, 서명운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공동 TF팀은 그동안 노벨평화상 추천 분위기 확산을 위해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의 헌신적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해 정부세종청사를 비롯한 공공기관, 학교, 단체, 성당 등 40여 기관단체에서 상영하면서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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