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커뮤니티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최근 들어 이동통신 3사가 자진해서 가입자들의 통신 요금 부담을 낮추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한 선제적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2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내년 1월 초 미디어서비스 등 부가서비스 혜택을 강화한 데이터 요금제(통화ㆍ문자는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과금) 개편안을 발표한다. 현재는 월 7만5,890원 이상 데이터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에게 올레tv모바일(동영상 서비스), VIP팩(휴대폰 보험ㆍ멤버십 VIP 등급) 등이 제공되고 있는데, 더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바뀔 예정이다. 이에 앞서 LG유플러스는 20일자로 기존 월 8만8,000원짜리 데이터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매월 30GB(초과 시 매일 3GB 추가 제공)에서 40GB(매일 4GB)로 10GB 늘렸다. 데이터 40GB는 11만원짜리 최고가 요금제에서만 제공되던 것으로, 사실상 최고가 요금제의 가격이 2만2,000원 낮아진 셈이다. SK텔레콤도 지난 15일 12시간 단위 로밍 요금제를 신규 출시했다. 기존 로밍 요금제는 24시간 단위라 가입자는 출국일이나 입국일에 24시간을 다 채워 쓰지 못하더라도 무조건 하루치 비용을 내야 했는데, 이제는 불필요한 지출이 줄어들게 됐다.

형태는 다르지만 3사의 요금제 개편은 모두 일정 부분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갖는다. 이처럼 이통사들이 제 살을 깎는 개편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건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도입의 필요성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6대 가계 통신비 인하정책 중 하나인 보편요금제는 기존 월 3만원대에 해당하는 ‘통화 200분ㆍ데이터 1GB’를 2만원에 제공하는 요금제로, 정부는 보편요금제 출시로 데이터 요금제 하한선이 1만원 내려갈 경우 그 이상 요금제도 데이터 제공량이 연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되면 연간 1조2,000억원 가량의 통신비가 절감될 것이라는 게 정부 측의 추산인데, 바꿔 말하면 이통사들의 매출은 1조원 이상 빠진다는 얘기다. 또한 현재 가장 저렴한 3만원대 LTE 요금제를 2만원에 제공하게 돼 저가 요금제를 주력으로 하는 알뜰폰 업체와 사업 모델이 겹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통사들이 자발적으로 요금 인하의 모양새를 갖추려는 이유다.

24일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제 5차 회의를 열어 현 정부가 입법을 추진중인 보편요금제에 대해 논의했다. 보편요금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이동통신사, 시민단체 등 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차가 크기에 쉽게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명확히 해왔다. 이들은 정부가 민간사업자에 통신요금을 강제하는 것이 시장 질서에 위배된다고 강조한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에 대한 투자 여력이 감소할 것이라고도 우려한다. 제5차 회의에서 이통사는 "보편요금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며 "정부가 추진해왔던 '시장경쟁 활성화' 정책 기조에 역행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외국의 규제사례와 비교할 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이통사의 경영악화를 초래해 5G, 연구개발(R&D) 등 투자위축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알뜰폰 협회는 "보편요금제 도입 시 주력 요금제 시장의 상실로 알뜰폰의 어려움이 크게 가중될 수 있다"며 "보편요금제의 대안으로 알뜰폰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시민단체는 "보편요금제가 그간 이통사들이 소극적이었던 저가요금제에서의 경쟁을 강화한다"며 "기존 요금제의 요금을 순차적으로 인하하는 효과를 유발하는 등 오히려 경쟁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통사들의 경쟁이 고가요금제에만 치중돼 상대적으로 저가요금제에서의 혜택은 늘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의 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는 등 시장실패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