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특성화고 재학생은 전국적으로 27만4281명에 이른다. 전체 고등학생이 166만9699명으로 학생 16.4%가 특성화고에 다니고 있다.

 

[코리아데일리 조은아 기자] 교육당국이 내년부터 특성화고의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특성화고 예비 고3 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등 산학연계를 통한 빠른 취업이 특성화고 진학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 기회가 대폭 줄어들게 생겼기 때문이다.

경북 지역 특성화고에 진학한 K군(18)은 교육부의 갑작스러운 현장실습 폐지 결정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는 심경을 지난 2일 전했다. K군은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으며 어머니의 월 수입은 200만원 남짓이다. K군이 특성화고 진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빠른 취업이었다.

K군은 "최근 제주도에서 발생한 현장실습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엔 공감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무작정 제도를 없애버리면 취업이 시급한 친구들은 어쩌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제도를 바꾸면서 직접 당사자인 학생이나 학부모 의견을 듣지 않은 것도 불만."이라고 토로했다.

학생들 불만이 꼭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난 1일 서울 시내 특성화고 3곳을 직접 방문해 취재한 결과 대다수 학생들은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폐지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조기 취업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특성화고에 온 것인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정책 결정에 학생들 의견 수렴 과정이 없었다는 지적도 많았다. 서울 경기여자상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송 모양(18)은 "어찌됐든 기업체에 가서 실습을 하는 건 우리인데 왜 우리한테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죠?"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교육부는 "현장실습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 중심 현장실습'에서 '학습 중심 현장실습'으로 개선안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근로 중심 현장실습이 기업체에서 최대 6개월 동안 실습하며 조기 취업하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면, 새로 도입되는 학습 중심 실습은 권장 1개월, 최대 3개월 이내에서 취업 준비 과정으로 이뤄진다. 또 근로 중심 현장실습은 실습 인원의 신분이 '학생 및 근로자'로 혼용됐던 반면 개선안은 이를 '학생'으로 명시해 현장실습을 운영하는 기업체의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실습을 운영하는 기업체와 특성화고 교사들은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매년 10~20명 규모의 특성화고 학생들을 채용해온 중소업체들은 당장 젊은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선규 반월염색사업협동조합 이사는 "학생들을 6개월 정도 실전 중심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달랑 한 달만 이론 중심으로 가르친 학생들을 어떻게 채용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 "젊은 피 수혈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이래서는 중소기업들이 오래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체 직원이 100명 정도인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도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폐지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제조업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 우리 같은 작은 기업들에는 큰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선 교사들은 이번 폐지 결정으로 인해 기업들이 산학협력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서울 지역 한 특성화고 취업지원부장은 "학생들이 1개월 단위로 왔다 갔다 하는데 어떤 기업이 거기에 실효성을 느끼겠냐?"며 "앞으로 산학협력이 더 어렵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사 역할을 할 관리감독자를 업체마다 두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대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짐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본래 업무도 해야 하고 학생들도 지도해야 한다면 모두가 기피할 것이 불보듯 뻔한데 당국이 그런 사정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안전 정비하다 또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나. 할 말이 없어진다"며 "특성화고와 관련한 다른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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