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이은경기자] 고등학생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배우고 기준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고교학점제'가 2022년부터 시행된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시행 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학점제 도입을 준비하기 위한 정책연구 학교 60곳과 선도학교 약 40여 곳이 선정·운영된다.

그러나 고교 교육의 중심을 대학 입시가 차지하고 있는 현실 개선 없이 성급히 고교 학점제가 도입될 경우 공교육 파행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 학점제의 핵심은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교육과정을 선택하도록 해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입시ㆍ경쟁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학생에게 진로를 개척할 역량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은 대학과 같이 영역ㆍ단계별로 수강신청을 통해 배울 과목을 스스로 선택한다. 학교는 사회ㆍ교양ㆍ예체능 분야는 필요한 과목을 추가 개설할 수 있고, 수학ㆍ과학 등은 난이도와 학습량에 따른 수준별 수업 편성을 할 수 있다.

교육학자들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고교학점제의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대입정책과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고교 학점제에서 우려되는 부작용은 이미 학점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학교 수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관건은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할 것이냐다. 상대평가가 유지될 경우 개설 교과목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적은 수의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에선 내신 점수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대다수 학생이 불이익을 피해 국ㆍ영ㆍ수 등 입시 위주 과목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대학가에서 상대평가제가 도입되면서 발생했던 소수강의 외면 현상과 겹친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본격 도입되면 절대평가로 학생이 교육과정에서 주어지는 목표를 얼마나 성취했는지 평가하는 성취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학 입시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평가를 과도하게 높게 주거나 시험을 지나치게 쉽게 내는 ‘학점 부풀리기’ 문제를 어떻게 막느냐가 관건이다.

교육부는 고교 학점제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토론과 발표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예고했다. 이는 개정된 2015교육과정에서의 수업 방향이기도 하다. 문제는 과목 선택과 맞물리면서 학습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현 참교육연구소장은 “겉으로만 학생들이 발표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이들이 깊은 배움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기초지식의 충분한 이해가 없이 탐구적 활동이 보장되지 않는 토론은 겉으로는 활발하지만 실제 학습은 공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학 발표수업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무임승차 문제까지 감안하면 보다 체계적인 수업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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