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쳐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경상북도 경산시 일대 고분에서 옛 압독국 지역 지배층의 것으로 추정되는 왕릉급 무덤인 목관묘(나무널무덤)이 발굴됐다. 압독국은 기원전 1세기전후 경산지역에 자리한 고대 소국이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압독국은 기록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2세기 초반에 신라에 병합된 것으로 전해진다. '압독'은 신라 진덕여왕(재위 647∼654) 시기에 김유신이 압독주도독으로 임명됐다는 내용으로 또다시 등장한다.

23일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성림문화재연구원(원장 박광열)은 경산 하양(무학)지구 택지개발사업부지 내 하양읍 도리리 115-5번지 일원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압독국 시대 왕릉급 무덤을 비롯해 원삼국시대인 1세기 전후의 목관묘 6기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삼한시대는 삼국시대 이전 한반도 남부에 마한, 진한, 변한의 세 영역으로 크게 구분되는 소국들이 일어났던 시기다. 발견된 목관묘는 경산과 영천을 가르는 금호강변에 자리해, 삼한시대 경산 일대에서 번성했던 압독국이나 영천 일대 소국 골벌국의 최고 수장 것으로 보고 있다. 88년 발굴된 경남 창원 다호리 목관묘에 버금가는 규모와 부장품들을 지녔고, 당시 무덤 얼개도 입체적으로 잘 남아 있는 특대형 유적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무덤에서는 은제허리띠, 순금제의 가는 고리 귀걸이 등 최고 지배자를 상징하는 금공품을 착용하고 머리를 동쪽으로 향해 누운 피장자의 두개골과 치아, 팔뼈, 정강이뼈가 일부 확인됐다. 고대 목관묘에서 인골이 출토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피장자 발치에서는 순장자로 추정되는 금제 귀걸이를 착용한 어린아이 인골 1점과 또 다른 인골 1구도 발견됐다. 이 무덤은 참나무로 제작된 목관묘로, 가로는 약 80cm, 세로는 280cm인 직사각형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유물은 깃이 달려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채다. 두 점은 허리춤에서 발견됐고, 나머지 한 점은 배 위에 얹힌 듯한 형태로 나왔다. 부채는 창원 다호리, 성주 예산리, 김해 봉황동, 경산 압량면 등지의 고대 목관묘에서 1~2점이 나왔으나 한꺼번에 3점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연구원은 강조했다.

시신의 어깨 위쪽에서는 지름이 10cm에 이르는 중국제 청동거울이 출토됐다. 이에 대해 연구원 측은 경주 조양동 38호분, 밀양 교동 17호분에서 나온 거울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또 팔뼈 아래에서는 깨뜨려 묻은 지름 17.5cm의 거울 소명경이 발견됐다. 또 무덤 바닥에서는 판상철부(판 모양 쇠도끼) 26점도 드러났다. 판상철부 중 일부는 동일한 간격을 두고 측면에 3개씩 박혔는데, 추가로 조사하면 더 많이 발견될 것으로 보인다.

성림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목관 아래에는 요갱(허리 부근 아래쪽을 판 구덩이)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보통 요갱에는 귀중한 부장품을 넣기 때문에 목관을 들어내고 추가 조사를 하면 더 많은 유물을 찾아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제 청동거울, 부채, 철검 등이 부장된 최고 위계의 무덤"이라며 "고대 목관묘의 축조 방식을 규명하고, 목관 구조를 복원할 자료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조사 구역에서는 고대 목관묘 외에도 청동기시대 주거지 50여 기와 환호(도랑 겸 마을 경계시설), 초기철기시대 옹관묘와 함정 유구, 고려부터 조선에 이르는 기와가마, 도로, 우물 등이 나왔다.

한편 사적 제516호로 지정된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은 삼국시대 신라의 지방 세력이 축조한 고총으로 구성된 고분군으로, 1982년 임당동의 고총과 1987년 조영동의 고총이 발굴되면서 문헌 기록에 단편적으로 나오는 압독국 지역에서 세를 이루던 지배층 무덤으로 밝혀졌다. 지난해부터 임당 1호분의 구조와 성격을 밝히고 정비복원을 하기 위해 학술발굴조사가 시작됐으며, 현재 마무리 단계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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