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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인 베네수엘라의 또 다른 그늘이 드러나고 있다. 좌파정부의 실정에 엘리트 국민이 대거 나라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집권한 1999년 이후 베네수엘라를 떠난 국민은 200만 명에 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심각한 인재 유출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토마스 파에스 베네수엘라 이민전문가에 따르면 차베스 대통령 집권 이후 200만 명 이상이 나라를 떠났다. 이는 1959년 ‘카스트로 혁명’이 일어난 이후 20년간 쿠바를 떠난 국민 수의 두 배에 달한다. 해외 언론은 좌파 지도자의 ‘독재’가 초래한 현상으로 분석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통제하는 베네수엘라 제헌의회가 야권 지도자들을 반역혐의로 재판에 회부하는 등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자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은 좌파정부의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이 독재로 변질된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2013년 차베스로부터 정권을 이어받았지만 베네수엘라 경제는 파탄 지경이다. 풍부한 석유자원만 믿고 무상교육·의료 등 ‘퍼주기식’ 복지정책을 시행한 결과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경제난이 깊어졌고, 이에 따른 반(反)정부 시위가 들끓고 있다. 국가 부채는 1500억달러로 불어났지만 외환보유액이 100억달러(11조원) 아래로 줄어들었다. 급기야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이날 각각 베네수엘라 국가신용등급을 ‘CC’에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직전의 ‘제한적 디폴트(SDㆍSelective Default)’로 두 단계 떨어뜨렸다. SD는 일부 채권에 대해서 상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를 뜻한다.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가능성은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재 외채 규모는 1,500억달러(167조원)인 반면, 외환 보유고는 100억달러를 밑돌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자 상환 만기를 지키지 못할 채권이 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정 수입의 80~90%를 원유 수출 대금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2013년부터 저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식량 파동 등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다.

하지만 마두로 정권은 의회를 해산시키고 정권 퇴진을 바라는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해 투자자들의 눈 밖에 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마두로 정권의 권력 남용을 문제 삼아 신규 채권 거래 금지 등 고강도 경제제재를 단행하자 위기는 한층 심화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35억달러 상당의 이 나라 국영 석유회사 채권을 갖고 있다”며 “위험성을 알고도 높은 수익률에 현혹돼 투자를 지속한 탓에 경제 체질을 개선할 기회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더욱 암울한 것은 채무 재조정 협상 등 퇴로 가능성까지 막혔다는 점이다. 전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채권자 그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채무조정 회의는 불과 25분 만에 끝났다. 애초 타렉 엘 아이사미 부통령이 정부 협상 대표로 나선 것부터가 성과를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그는 마약 밀매 혐의로 미 재무부가 지정한 제재 목록에 오른 인물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베네수엘라 정부는 짐짓 여유를 부리고 있다. 정부는 “지연된 해외채권 이자 지급이 성공적으로 시작됐다”면서 엉뚱한 반응을 내놨다. 마두로 정권은 중국과 러시아가 구원투수가 돼 줄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두 나라가 보유한 베네수엘라 채권은 각각 280억달러, 80억달러에 달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정부가 채권단에 채무조정을 요구한 것도 최악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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