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속으로 빠지다, 팔공산 올레길

[코리아데일리 강유미 기자]

가을의 풍경속에 신선과 함께하는 가을의 여행지로 대구 팔공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에 산 이름을 가진 걷기 좋은 길 ‘팔공산 대구올레길’이 있다. 제일 처음 문을 연 길은 2009년 6월에 만들어진 1코스 ‘북지장사 가는 길(5km, 약 2시간 소요)’이다. 이후 10월까지 매월 1개의 코스가 만들어졌다. 2010년 봄, 여름에 4개의 코스가 더해져 총 9개 코스가 팔공산에 생겨난 것. 길은 산과 들, 계곡은 물론 구석구석 숨겨진 문화유적지까지 아우르고 있다.

1코스는 방짜유기박물관과 북지장사, 2코스 ‘한실골 가는 길(11km, 약 3시간 소요)’은 신숭겸장군유적지와 파계사, 3코스 ‘부인사 도보길(9.8km, 약 4시간 소요)’은 용수동 당산과 수태지, 4코스 ‘평광동 왕건길(7.5km, 약 3시간 소요)’은 효자 강순항 나무와 모영재(신숭겸 장군 영각 유허비), 5코스 ‘성재서당 가는 길(7~8km, 약 4시간 소요)’은 내동 보호수와 추원재, 6코스 ‘단산지 가는 길(6.8km, 약 2시간 30분 소요)’은 불로동고분군, 7코스 ‘폭포골 가는 길(8.17km, 약 3시간 소요)’은 동화사, 숲길이 아름다운 8코스 ‘수태지 계곡길(7.1km, 약 3시간 소요)’은 부인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느 길을 택해도 색다른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마을의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2코스와 드넓은 사과밭을 볼 수 있는 4코스, 팔공산의 대표적 사찰 동화사를 지나는 7코스이다.

▲ 가을 단풍의 으뜸으로 꼽히는 대구 팔공산의 단풍세계 (사진 코리아데일리 백선주 기자)

2코스 ‘한실골 가는 길’은 처음 마을의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길이다. 아파트촌 사이로 옛 건물이 숨은 듯 자리하고 있는 이 길의 시작점은 신숭겸 장군 유적지이다. 이 일대는 927년 신숭겸 장군이 왕건과 함께 후백제의 견훤과 목숨을 걸고 ‘공산전투’를 벌인 곳이다. ‘공산’은 팔공산의 옛 이름으로 신라시대에는 신라 5악의 하나인 ‘중악’으로 불리며 중요하게 여겨졌다. 김유신장군이 신라의 통일을 구상하며 수련하던 곳이라고도 전해진다.

신숭겸 장군 유적지를 뒤로 하고 걷다 보면 어느새 한실골에 접어든다. 숲길 양옆으로 측백나무, 회화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자라는 울창한 자연림이 넓게 펼쳐져 있다. 싱그러움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이 길에는 두 곳의 쉼터가 있다. 그 중 하나인 만디(언덕)쉼터에서 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건강한 산의 정기를 가슴 가득 담기에도 좋은 장소이다. 자연의 정기가 온몸 깊숙이 스며들어 묵은 피로가 말끔히 씻기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언덕을 지나면 자그마한 오솔길이 나오고, 이내 정겨운 시골마을을 연상케 하는 용진마을이 나온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에 닿는다. 가볍게 걷고 싶은 사람은 이곳에서 돌아 내려가도 좋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면 파계사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이 아름다운 파계사는 조선 제21대 왕 영조의 건강을 기원하던 원당사찰로 알려져 있다. 정갈하고 조용한 경내에 앉아 호흡을 고르며 걷기를 마무리해도 좋은 장소이다.

4코스 ‘평광동 왕건길’은 달콤한 사과향 가득한 가을을 만나는 길이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도동 측백나무 숲을 지나면 4코스의 시작점인 효자 강순항 나무와 마주치게 된다. 그곳에서부터 신숭겸 장군을 추모하는 모영재에 이르는 길은 왕건의 도피로로 추정되는 경사가 완만한 농로이다. 농촌마을의 푸근함을 느끼며 아이와 손잡고 걸어가기도 좋다.

특히 11월이면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가 지천이다. 깊어가는 가을날 붉게 익어가는 사과향기는 가는 이의 발을 멈추게 한다. 평광동 사과는 맛과 향이 우수하고 빛깔이 곱기로 유명해 한 입 베어 물면 새콤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전해진다.

길을 걷다 전통놀이학교 ‘마당’으로 탈바꿈한 옛 평광초등학교를 만나면 동행과 함께 전통놀이를 즐겨보자. 윷놀이, 팽이치기 등 전통놀이와 탈 만들기, 연 만들기 등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 길에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가 있다. 올레꾼들을 위해 가장 늦게 수확한다는 우리나라의 최고령 홍옥 사과나무(수령 80년)와 1945년 광복을 기념해 심은 ‘광복소나무’이다. 팔공산 올레길 기념사진 포인트이기도 하다.

7코스 ‘폭포골 가는 길’은 오색단풍으로 물들어가는 팔공산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팔공산의 가을을 좀 더 가까이, 좀 더 깊숙이 느끼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이 길을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코스의 시작점인 탑골 등산로는 나무들이 빽빽이 솟아 있어 숲 그늘이 길다.

그래서인지 이 길에는 버섯향이 가득하다. 그 향기를 따라 숲길을 한참 걷다 보면 공포의 ‘깔딱고개’와 맞닥뜨리게 된다. 숨이 깔딱 넘어갈 만큼 힘들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처럼 200여 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 하는 순탄치 않은 길이다.

하지만 마지막 계단을 밟고 정상에 올라서서 심호흡을 하는 순간 쌓인 피로가 확 달아나는 느낌을 누릴 수 있다. 청량한 가을바람과 맑은 공기가 지친 심신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깔딱고개를 넘으면 상상골에 접어든다. 상상골은 누군가 가져다놓은 벽시계와 벤치를 벗 삼아 휴식을 취하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장소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팔공산 자연공원 관리사무소(053-982-0005)에 예약하면 탑골 등산로에서 상상골까지 숲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상상골을 지나 동화사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봉서루, 대웅전, 비로암 등의 불교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누각인 봉서루로 오르는 계단 중간의 널찍한 자연석은 봉황의 꼬리, 세 개의 둥근 돌은 봉황의 알을 상징한다.

돌을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동화사 구문인 봉황문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7코스의 백미인 폭포골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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