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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조성 중인 여성기금에 57억엔(564억원·미화 5천만달러)을 거출해 지원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 전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 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는 마지못해 10억엔을 낸 것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고문과 관련이 있는 기금에 거액을 기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방카 고문은 전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이날 도쿄에서 열린 국제여성회의(WAW)에 참석해 강연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대통령의 방일(5~7일) 역시 더욱 순조로워질 전망이다. 이방카 고문은 이날 강연에서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일할 권리를 갖는 것은 우리 지역 사회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여성이 활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 역시 이 정권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이 늦어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과 일본 같은 경제 강국은 다른 나라의 인권 상황을 돌볼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도 이날 WAW에 참석해 “일본 정부는 전 세계 여성의 경제적 활동을 위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것이다. 세계의 여성들이 일어서면 빈곤을 비롯해 세계의 다양한 과제가 해결될 수 있다”이라며 "이방카 고문이 주도하는 (여성기업가)기금 (이니셔티브)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방카 고문이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여성 기업가 기금 창설에 관여한 것을 소개하며 일본 정부가 이 기금에 총 57억엔(약 556억원)을 기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금의 공식 명칭은 '여성기업가기금 이니셔티브'(We-Fi·Women Entrepreneurs Finance Initiative)로, 개발도상국 여성 기업가나 여성이 보유한 중소기업에 기술과 재정을 지원하자는 이방카 고문의 제안에 따라 각국이 공여를 약속하면서 세계은행 주관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일본에서 작년 정규직 여성의 임금 평균은 남성 평균의 73% 수준에 그쳤고, 관리직(간부)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3.0%로 영국(36.0%), 독일(29.3%) 등보다 훨씬 낮았을 정도로 여성에 대한 처우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아베 총리의 이러한 '친(親)여성' 코스프레는 여성이 피해자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사죄 메시지를 편지로 전달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고 말해 일본 안팎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위안부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는 "(위안부 합의로) 10억엔을 냈으니 한국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한편 이방카에 대한 열광과 환대에 일본 내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여성의 사회 활동에 제약이 많은 일본에서 이방카는 아이를 양육하면서 성공적인 사회 활동을 하는 이상적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점이 꼽힌다. 다른 이유는 이방카가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밀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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