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이은경기자] 최근 1년간 한국의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소득 대비 가계 빚 부담도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커졌다. 미국이 정책금리의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라 이 같은 가계부채 문제는 조만간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당장 국내 시장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빚 부담이 증가하고, 늘어나는 빚은 소비를 제약해 내수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국제결제은행(BIS)이 펴낸 분기 보고서의 세계 가계부채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 동기(88.4%)보다 4.6% 포인트 오른 93.0%였다. 가계부채가 전체 경제규모와 비슷한 수준까지 덩치를 키운 것이다.

한국의 소득 대비 가계 빚 부담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BIS에 따르면 1분기 한국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2.5%였다. 가계에서 번 돈의 12.5%를 빚 갚는 데 썼다는 의미다. 한국의 DSR는 BIS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1분기 이후 최대치다. 2011년(12.2%) 이후 점점 낮아지다가 2014년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빚이 늘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1년간 상승 폭은 0.7%포인트로 조사 대상 17개국 중 가장 컸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DSR 오름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BIS가 조사한 17개국의 DSR 가운데 8개국이 올랐다. 이 중 한국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노르웨이(0.3% 포인트), 호주·핀란드·스웨덴(0.2% 포인트) 등의 상승폭은 미미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중순쯤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등이 핵심이다. 빚을 이용한 부동산 투자를 어렵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가계대출과 부동산에 쏠린 자금흐름을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이나 혁신 중소기업으로 돌리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고위험 주택담보대출 등에 규제를 강화해 ‘쉬운 가계대출’을 막는 한편 금융스타트업에는 금융규제가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금융혁신특별법 제정에 나설 방침이다. 부동산 정책과 금융규제를 함께 사용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누르겠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