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마약과의 전쟁’을 트레이드마크 삼아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아들과 사위의 마약 범죄 연루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10일 현지매체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필리핀 상원의원은 7일(현지시간) 두테르테 대통령의 아들 파올로 두테르테와 사위 마나세스 카피오를 출석시켜 마약 밀매 연루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트릴라네스 의원은 “삼합회 조직원이라면 등에 문신이 있다. 또 삼합회 조직원은 모든 범죄 활동에 연루돼 있다”면서 파올로에게 등에 문신이 있는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올로는 청문회에서 “사생활 권리”를 이유로 자신의 등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여당의 오랜 숙적이기도한 트릴라네스 의원을 염두에 두며 “그릇된 짓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응당한 징벌이 내려질 것”이라 피력했다.
두테르테는 트릴라네스 의원의 주장에 발끈해 9일 한 행사에서 자신의 오른팔 어깨 쪽에 있는 장미 모양의 문신을 공개하기도 했다. 두테르테는 자신의 다른 자녀에게도 문신이 있단 사실을 언급하며 문신을 근거로 파올로를 삼합회 조직원으로 지목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알란 카예타노 외무장관도 “지난 19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문신이 삼합회 조직원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거들었다.
앞서 아들 파올로와 사위인 마나세스 카피오는 마닐라항을 통해 중국에서 64억 페소(1423억 원) 규모의 마약이 밀수되는데 뇌물을 받고 도와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 세관 브로커의 증언으로 인해 제기된 이 의혹에 파올로는 “뜬 소문”이라고 부인했으나, 정치권은 이미 뒤집힌 뒤였다.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7월 이후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해 3800여명이 숨졌다. “마약 중독자 300만명을 학살하면 좋겠다”고까지 말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무자비한 단속에 대한 항의에도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들과 사위한테 의회에 나가라고 하면서도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