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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의 주인공 최영미(56) 씨가 서울 한 고급호텔에 1년 동안 '룸 사용'을 요청했다고 밝혀 논란위에 올랐다.

10일 오전 최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평생 홍보대사가 될 것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최씨는 “어제 집주인에게 월세 계약 만기에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이사라면 지긋지긋하다. 내 인생은 이사에서 시작해 이사로 끝난 것 같다. 이사를 안 하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원치 않는 이사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어 “평생 이사를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다”며 “제 로망이 미국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 서울이나 제주의 호텔에서 내게 방을 제공한다면 내가 홍보 끝내주게 할 텐데. 내가 죽은 뒤엔 그 방을 ‘시인의 방’으로 이름 붙여 문화 상품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나”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평소 자신이 자주 들렀다는 서울 서교동의 A호텔을 지목한 최씨는 이 호텔 측에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그가 보낸 이메일에는 “A호텔의 B레스토랑을 사랑했던 시인 최영미입니다. 제안하나 하려구요. A호텔의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습니다. A를 좋아해 제 강의를 듣는 분들과 A라는 이름의 모임도 만들었어요. 갑작스런 제안에 놀라 셨을텐데, 장난이 아니며 진지한 제안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또한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 한다. 수영장 있음 더 좋겠어요.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홍대 근처에 소재한 A호텔은 투숙객 전용 야외 수영장 시설을 갖춘 고급 호텔로, 소셜미디어 등에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 추천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호텔 홈페이지에 따르면 ‘로얄 스위트’룸은 1박에 50만원, ‘스탠다드’룸은 1박에 25만원이다.

A호텔 측은 이에 대해 “최씨의 메일은 10일 오전 10시 40분쯤 공용 메일로 접수됐다. 다만 룸을 무료로 요청한 것인지, 아니면 디스카운트(할인)을 원한 것인지 메일상으로 불명확하다. 평일인 내일(11일) 구체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최 씨의 게시물을 접한 이들은 게시물 밑에 “벌써부터 홍보 시작이네요”,“아주 괜찮은 방법이다”,“어디서든 연락이 올것 같다”,“기획력 최고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반면 최 씨의 공개 제안이 언론에 보도돼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이제는 시인도 ‘갑질’에 동참했네”,“‘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표현은 실망스럽다” 등의 반응을 내비쳤다.

최 씨는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거쳐 홍익대 미술사학과에서 석사를 졸업했다. 1992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로 등단한 그는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담론을 형성시켰다. 그는 지난해 5월 “연간 소득이 1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란 자신의 사정을 밝히며,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 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주목을 받았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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