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안현아기자] 45년 고가도로에서 보행길로 변신한 '서울로 7017'이 가뭄과 때이른 더위를 견디고 첫 여름을 맞고 있다. 새순이 피어나던 봄에 다른 곳에서 이사 온 228종(24,000그루)의 꽃‧나무들은 폭염과 초여름 장마를 지나며 인공지반 위에 작은 생명을 새롭게 품어가고, 다양한 새와 곤충도 날아들고 있다.

도시생태 전문가인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서울로7017은 작은 생명들과 사람들이 도심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미래를 위한 실험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로 7017'은 지난 5월20일 개장한 이래 하루 평균 47,000명의 발길이 이어지며 서울의 새로운 보행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6월 말 현재까지 총 290만명이 방문했으며, 1,024m 보행길을 따라 놓인 크고 작은 645개 원형화분에 식재된 50과 228종 24,000그루는 걷는 재미를 더한다. 시작점인 퇴계로부터 종점인 만리동 방향으로 가면서 'ㄱ'부터 'ㅎ'까지 가나다순으로 식재돼 있어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수목의 이름을 알 수 있는 살아있는 식물도감이다.

꽃‧나무가 푸름을 더하면서 시민들뿐만 아니라 '서울로 7017'을 찾는 이색 동물 손님들의 발길도 분주하다. 장미무대와 만리동광장 엘리베이터 사이 풍년화 화분에는 언젠가부터 명주달팽이 몇 마리가 눈에 띄고, 무궁화와 부용이 만발한 서울로전시관 주변엔 달콤한 향을 쫓아 호박벌들이 날아들기도 한다. 말매미, 잠자리도 심심치 않게 관찰된다.

정원교실 옆, 1975년 서울역고가 준공 전후로 식재됐던 뽕나무와 느티나무를 보존한 구역은 직박구리, 까치 같은 새들이 좋아하는 장소다. 아침 일찍 또는 해질 무렵 정원교실 앞 벤치에 앉아있으면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한 백일홍 같은 여름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대추나무, 감나무, 꽃사과나무에는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다. 개장 당시 가냘픈 어린모종이었던 인동덩굴은 두 달 사이 1m 높이 울타리 끝까지 타고 오를 정도로 쑥쑥 자라고 있다. 작은 새싹에 불과했던 조릿대, 수크렁, 그라킬리무스 참억새 같은 억새식물들은 무성하게 자라 하루가 다르게 신록을 더해가고 있다.

'서울로 7017'의 생명력이 더욱 활기를 띄면서 새로운 생물이 출현하기도 했다. 덩굴 식물인 히데라 사이사이에는 마치 노란 우산 같이 생긴 노란종버섯 몇 개가 고개를 들었다. 버섯은 유기물이 많고 온도, 습도 등 다양한 조건이 잘 맞아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곳에서라면 눈에 띄지 않았을 생명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고가도로였던 이곳에서 새 생명의 탄생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서울로 7017 자원봉사모임인 '초록산책단'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하루하루 서울로'(https://www.facebook.com/daily.seoullo)에는 서울로의 다양한 식물과 곤충 사진들이 매일매일 올라오고 있다.

초록산책단원 가운데 세밀화 그리기를 배운 20여 명은 지난 6월 초부터 도라지, 장미꽃 등을 세밀화로 그리기 시작, 지난 10일부터 서울로 정원교실에서 미니 전시회를 열고 있다. 앞으로 매달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밀화는 사진에서 담아내기 어려운 부분의 형태적 특징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자세하게 표현해 대상의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해 낸 작품을 일컫는다.

이수연 서울시 서울로운영단장은 “서울로7017은 고가도로라는 인공적인 구조물 위에서도 식물이 잘 자랄 수 있게 인공지반 녹화시스템을 도입해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 대비한 맞춤형 생육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인공지반 위에서 또 다른 생명이 탄생하고 자생적인 자연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서울의 동서 지역을 잇는 동시에 사람과 자연을 잇는 녹색명소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속 관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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