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초복’에 왜 먹는건가요? 예부터 내려오는 감춰진 전설

[코리아데일리 강유미 기자]

12일 초복 이날은 유독 삼계탕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삼계탕을 먹는 기원은 더위를 이겨내려고 체내의 혈액이 표피에 모이면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기에 그래서 입맛이 떨어지고 피로가 쌓여 만성피로를 유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삼계탕의 닭고기가 성질이 뜨겁기 때문에 속을 데워준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로부터 무더운 여름을 거뜬히 나기 위해 먹던 삼계탕은 이제 사시사철 즐겨 먹는 별미 보양식이 되었다.

땀을 많이 흘려 기운이 없을 때나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환절기, 그리고 병후 몸이 쇠약해졌을 때도 계절에 맞는 보양 재료를 더해 삼계탕을 끓여 먹으면 기운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상 대대로 전해 오는 기본 삼계탕부터 맛에 다양한 변화를 준 퓨전 삼계탕까지, 한국의 대표 보양식 삼계탕이 인기를 얻고 있다.

▲ 옛부터 내려오는 삼계탕 (사진 코리아데일리 DB)

삼계탕은 영계의 배 속에 인삼, 찹쌀, 마늘, 대추를 넣고 푹 고아 만드는 탕으로 인삼(삼, 蔘)과 닭(계, 鷄)이 합쳐진 말이다. 언제부터 삼계탕을 먹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고려 시대 때 원기 회복 음식으로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초기 철기시대 이후 닭을 식용으로 사용해왔으며 백제 시대에 들어와 인삼을 일본에 수출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 시대 이전부터 닭과 인삼으로 만든 요리가 있었으리라 추측한다. 1670년 발간된 국내 첫 한글 고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는 연계찜(영계찜)과 수증계(닭찜) 조리법이 나와 있다. 1942년에 발간된 조리서 [조선요리제법]에 소개된 백숙 조리법은 지금의 삼계탕과 거의 비슷하다. 이렇게 삼계탕은 오랜 세월을 지나며 명칭이 조금씩 변형되었지만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지켜온 약식동원 사상, 즉 좋은 음식은 약과 같다는 사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음식이다.

특히 한국인에게 삼계탕은 계절 상관없이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특히 여름 보양식으로 으뜸이다. 여름철에는 더운 날씨로 인해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체력 소모가 많아진다. 한의학에서는 땀을 흘린다는 자체를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본다.

이때 빠져나간 기운을 살리기 위해 여름철에는 특별히 뜨거운 보양식을 챙겨 먹는다. 자연에 열기가 많고 몸도 더워 땀이 날 때 뜨거운 기운을 가진 닭과 인삼을 넣은 삼계탕을 먹으면 더위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이는 ‘열로써 열을 다스린다’는 동양의학 사상에 의거한다.

실제, 무더운 날씨에는 몸 밖은 뜨겁지만 속은 냉하기 쉬워 위장 기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여름에 설사가 잦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때 뜨거운 기운의 삼계탕을 먹으면 냉한 속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또,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닭과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는 인삼이 주재료로 어울려 완성된 삼계탕은 맛이 담백하고 소화 흡수도 잘된다.

다만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은 인삼 대신 황기를 넣거나 차가운 성질인 녹두를 더해 평한(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음) 기운을 만들면 좋다. 닭과 인삼을 주재료로 삼고 여러 가지 부재료를 다양하게 배합해 응용 삼계탕이나 퓨전 삼계탕을 즐겨도 좋다.

삼계탕의 기본 재료

영계 - 삼계탕은 닭 가운데서도 400g을 넘지 않는 영계로 만든다. 영계는 알 낳기 전 생후 6개월까지의 닭을 가리키며 약으로 쓰인다 하여 ‘약계(藥鷄), 약(藥)병아리’라고도 불린다. 예전에는 영계를 ‘연계(軟鷄)’라 하였는데 아직 성숙하지 않아서 ‘어리고 무른 닭’이라는 뜻으로, 이것으로 삼계탕을 만들면 살이 부드럽고 연해 더 맛있다.

찹쌀 - 동양의학에서는 곡류 중에서도 쌀이 가장 평한 성질이라 보고 보리는 찬 성질, 찹쌀은 더운 성질로 본다. 삼계탕에는 흔히 더운 성질을 가진 찹쌀을 넣어야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인삼 - ‘만병통치약’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효능이 있는 인삼은 활성산소를 없애 노화를 방지하며,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원기 회복에 좋아 지친 몸에 기운을 보충해준다. 뜨거운 성질의 닭에 뜨거운 성질의 인삼을 더하면 상승작용을 하여 약효가 배가된다.

대추 - 따뜻한 성질이 있는 대추는 장을 따뜻하게 해주고 혈액순환을 개선해 냉증 치료에 도움을 준다. 여러 가지 재료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마늘 - 몸속의 나쁜 활성산소를 없애 노화를 예방하고 암을 막는 마늘은 체격이 마르거나 신경이 예민하고 소화 기능이 약하여 입맛이 없을 때 꾸준히 먹으면 도움이 된다. 닭에 마늘을 듬뿍 넣고 곤 국물은 지친 체력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황기 - 신진대사를 촉진해 몸속의 수분 대사를 원활하게 도와 여름철 갈증을 해소하는 데 좋은 황기는 인삼 못지않게 여름철에 이로운 약재다. 인삼과 함께 넣거나 인삼 대신 넣어 영양을 더하고 닭의 누린내를 없애준다.

오갈피 - 관절염, 신경통, 동맥경화 등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재다. 삼계탕 국물을 끓일 때 사용하면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작용을 하며, 기운이 없고 식욕이 없을 때 기운을 북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엄나무 - 유명한 삼계탕집을 가보면 대부분 엄나무로 국물을 내어 사용한다. 열을 내리고 간장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는 엄나무를 삼계탕에 넣으면 기름기를 없애줘 국물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파, 양파 - 삼계탕을 골 때 파와 양파 같은 향채를 넣으면 국물 맛이 개운하고 닭의 누린내가 없어진다.

은행 - 혈중 유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액순환을 돕고 체내 독소를 배출해주는 은행은 대추, 밤 등과 함께 닭의 배 속에 넣거나 국물에 띄워 고명으로 쓴다.

맛있는 삼계탕을 만들기 위해선 닭의 꽁지 부분은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잘라 내고 조리해야 담백한 국물을 낼 수 있다.

배 속을 채워 넣은 뒤에는 한쪽 다리 끝에 칼집을 깊이 낸 뒤 다른 쪽 다리를 끼워 X 자로 꼬거나, 굵은 면실로 감아 고정해야 배 속에 넣은 재료들이 빠져나오지 않는다.

완성된 삼계탕은 닭을 통째로 돌솥이나 뚝배기에 담은 뒤 뜨거운 국물을 붓고 고명을 올린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를 따로 내거나 섞어 낸다. 먼저 젓가락으로 배를 반 갈라 살코기를 발라 먹고 배 속의 찰밥을 풀어 국물과 함께 떠먹는다.

맛있는 삼계탕 만드는 법은 영계 1마리, 찹쌀 1/4컵, 인삼 1뿌리, 마늘 6쪽, 은행 4개, 대추 5개, 황기 10g, 대파(5cm) 1대, 황백 달걀지단(사방 5cm) 1개씩, 잣 4~5개,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생수 1L

만드는 법

1. 닭은 꽁지의 기름기 많은 부분을 자르고 찬물에 씻어 핏물을 빼고 건져 물기를 닦는다.

2. 찹쌀은 깨끗이 씻어 1시간 이상 불린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인삼은 노두 부분을 자른 뒤 씻어 물기를 닦는다. 마늘과 은행은 껍질을 벗긴다. 대추는 주름 부분까지 구석구석 씻은 뒤 물기를 닦는다. 대파는 송송 썰고 달걀지단은 길이대로 곱게 채 썬다. 잣은 고깔을 떼고 준비한다.

3. 손질한 닭의 배에 찹쌀, 인삼, 마늘, 은행을 채운다.

4. 닭 다리를 X 자 모양으로 교차한 뒤 면실로 단단히 감아 고정한다.

5. 냄비에 물을 붓고 끓으면 황기를 넣어 푹 끓인다. 노란색 황기물이 나오면 황기는 건진다.

6. 황기를 끓인 물에 배 속을 채운 닭과 대추를 넣어 끓인다.

7. 끓이면서 생기는 거품은 말끔하게 수시로 걷어 내면서 닭이 푹 무르게 익도록 40분 이상 끓인다.

8. 닭을 꼬치로 찔러 푹 들어갈 정도로 찹쌀이 완전히 익고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완성된 삼계탕을 그릇에 담는다.

9. 송송 썬 대파와 달걀지단, 잣을 고명으로 올리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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