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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가 조용히 베를린 교외도시 스판다우의 가토우 공원묘지를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공식방문을 시작한 5일(현지시간) 김정숙 여사는 음악가 윤이상 선생(1917~1995)이 안장되어 있는 베를린 교외도시 스판다우의 가토우 공원묘지를 찾았다.

김 여사는 탄생 100주년이 되는 윤이상 선생을 기리기 위해 이 곳을 찾아 윤 선생의 고향 통영에서 가져온 작은 동백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김 여사는 발터 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 회장, 피아노 연주자 홀거 그로쇼프, 박영희 전 브레멘 음대 교수 등 제자들과 묘역을 거닐면서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라며 “음 파괴가 낯설긴 했지만 작곡했던 선배들은 물론이고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이 살아생전 일본에서 배로 통영 앞바다까지만 와보시고 정작 고향 땅을 못 밟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많이 울었다. 그래서 고향 통영에서 동백나무를 가져왔다. 선생의 마음도 풀리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묘지에 동백나무를 심었는데 원래 식물 통관은 굉장히 힘듭니다. 병충해가 같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까다로운 통관을 모두 잘 마치고 윤이상 선생 묘소에 잘 심겨졌다. 아마도 저랑 윤이상 선생이랑 뭔가 잘 통했나 봅니다.” 라고 말했다.

사람 어깨 높이쯤 되는 이 동백나무 앞에는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7.5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김정숙”이라는 글이 한글과 독일어로 병기된 석판이 놓였다.

박영희 전 교수 등 윤 선생의 제자들은 독일에 있는 윤이상 생가를 윤이상 재단에서 2008년에 매입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재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기념관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하며 김 여사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김 여사는 노력해 보겠다고 답했다.

1980년대 초 대학에서 윤 선생에게 작곡을 배운 그로쇼프는 “한국의 대통령 부인이 윤이상의 묘를 찾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로쇼프는 “윤이상은 내 음악 세계 전반에 영향을 준 선생이면서, 우리로 하여금 한국에 대해 알고 싶게 만든 인물”이라며 “윤이상에 대해 한국 내에 정치적 논란이 있는 것은 알지만, 그의 음악은 음악대로 평가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선생은 일제 말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 통영과 부산에서 음악 교사를 했고 유럽으로 유학했다.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조작 사건’에 연루돼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확정 받고 복역 중 1969년 석방돼 독일로 돌아갔다. 이후 휴전선상에서 남북 음악가들이 공동으로 공연하는 아이디어를 제의하기도 했으나 무산됐다. 1995년 베를린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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