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신재생에너지 20% 목표는 '허구'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의 시동을 걸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새 정부 들어서 건설이 일시 중단 혹은 보류된 원전은 모두 6기다. 이미 29% 가량 건설이 진행된 신고리 5·6호기를 비롯해 건설 준비 단계에 있는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가 일시적 중단 상태에 놓였다.

이들 6기의 총 설비용량은 8600㎿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전체 용량(2만 2529㎿)의 38.2%에 달한다. 이와 관련 에너지 관련 학계에서는 중장기적 측면에서의 전력수급 문제와 발전비용 상승에 따른 대폭적 전기료 인상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는 ‘전력난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전기요금 인상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발전공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확대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5.3%-엄밀히 따지면 1% 정도-에 불과한데 짧은 기간에 목표치가 과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대표적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은 2023년까지 태양광발전을 비롯해 풍력·연료전지·바이오 등 총 2GW에 달하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약 1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수원은 기존 원자력발전소 부지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이달 초 영구정지가 결정된 고리원전에서 5㎿ 규모의 ‘고리태양광발전소’를 준공하고 연간 6500㎿h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공사비 73억 원이 투입됐으며 앞으로 20년간 운영할 계획이다.

에너지업계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올리는 일은 만만치 않은 ‘목표’라며 여러 사례에서 보듯 엄밀히 따져보지 않고 의욕만 앞서면 좋지 않은 선례만 쌓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우선 태양광, 풍력 등을 이용하는 발전설비는 엄청난 규모의 부지를 필요로 하는 데 비해 생산성과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방대한 규모에 따른 환경 파괴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신기술을 도입하는 경우 실패 확률이 높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탄소 제로 섬(Carbon Free Island)’을 표방한 가파도의 사례다. 마라도와 함께 우리나라 최남단을 구성하는 가파도는 주민 220여 명, 120가구가 풍력과 태양광으로 전력을 충당하는 ‘에너지 자립 섬’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보도에 따르면, 8일 가파도 발전소 마이크로 그리드 운영센터 모니터에는 섬의 누적 발전량(1871㎿h) 57%는 경유를 쓰는 디젤발전기에서 생산됐다. 주민과 방문객이 사용한 전력 절반 이상이 화석연료로 생산된 것이다. 같은 기간 풍력은 32%, 태양광은 11%에 그쳤다. 이와 같은 현상은 신재생 에너지 도입을 시도한 서해 옹진군 백아도 등 7개 에너지 자립 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문제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2030년까지 가파도를 위시해 제주도 총전력사용량 모두를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제주도와 부속 섬 모두가 디젤발전소를 ‘컨트롤 발전소’로 사용하기 때문에 무늬만 ‘탄소없는 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경제성은 고려하지 않고 친환경 비중만 높이면 그만이라는 정책 논리에 함몰되는 순간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졸속 중복 투자로 실패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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