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국방장관 후보자의 후안무치(厚顔無恥)

 

27일 열린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여태껏 보지 못했던 최악의 청문회였다. 이미 예고된 고액 자문료와 음주운전 관련 거짓말에 이어 새로운 음주운전 관련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송 후보자는 군인답게 깨끗이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기는커녕 술에 물 탄 듯 아리송한 변명으로 그 자리와 시간만 때우려는 졸렬한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여당 의원들로부터 북한과의 교전에서 승리를 거둔 ‘영웅’이라는 희한한 부추김에 염치도 없이 스스로 영웅이라도 된 듯 행세했다. 언론의 의혹 보도에 사퇴 고민도 많이 했지만 청문회에 출석해 해명하고 싶었다는 그는 최소한의 체면이라도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따져보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국방개혁의 적임자로 낙점된 그가 기득권 세력의 ‘음모에 희생’ 당하고 있다는 주장과 나라와 국민을 위한 그가 ‘일반 국민은 모르는 세계’에서 살다가 하산한 ‘신선’(神仙)급 인사라는 점이다.

먼저 기득권층의 음모론이다. 야당이 송영무·김상곤·조대엽 후보자만은 안 된다는 강경 방침을 세우자 여권은 “적폐 세력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애드벌룬을 띄웠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만일 송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하면 불이익을 받거나 개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전·현직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낙마 작전을 펼치고 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일부에서는 구체적으로 “지금 송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로되고 있는 문서는 육사 출신들이 중심이 된 국방부의 기득권 세력이 조직적으로 야당에 유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폭로성 발언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나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때와 비슷한 반응이다. 각종 의혹이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여권과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은 예외없이 ‘기득권층의 음모’로 몰아갔고, 그는 군인의 본분을 잊은 채 그 방호벽 뒤에 숨은 것이다.

다음은 매달 300만 원 월급에 차량까지 제공하는 국방과학연구소에 재직했지만 정작 돈 버는 재미는 딴 곳에서 즐겼다. 약간의 활동비를 받는다면서 고용계약서도 안 썼는데 법무법인 율촌이 알아서 꼬박꼬박 매월 3000만 원을 줬다. 또 방산업체인 LIG 넥스원에서 매달 750만~770만 원씩 자문료로 2억 40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그런 세계가 있어요.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조금 어렵죠. 일반 서민들에게는…”라고 태연하게 중얼거렸다. 매일 뼈 빠지게 일하면서 최저임금이 보장한 시급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와 ‘알바생’들은 ‘이해하기 정말 어려운 세계’다.

진정한 군인이라면, 조직에 부담을 주고 나라의 큰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서면, 천금이 생긴다 해도 대통령이 소매를 붙잡는다 해도 훌훌 털고 떠나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국방장관이 되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고 맞장구치는 모습을 볼 때, 그는 참 군인이기를 포기한 기회주의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시나리오대로 그가 국방장관에 취임한다 해도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국방개혁이라는 임무를 제대로 해낼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군인은 전투가 벌어지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그러기에 도덕성과 용맹 그리고 수치를 알아야 한다. 그러한 군을 지휘하는 국방장관이 되기에 그는 한참 부족해 보인다. ‘군에는 장군이 너무 많고 진정 소용되는 것은 졸병’이라는 육군 병장의 외침이 그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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