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렌(메릴 스트립)과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 출연 명화중 명화

[코리아데일리 곽인영 기자]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영화이다. 영화를 본지 오래되어 줄거리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화면 가득 펼쳐졌던 아프리카의 광활한 초원과 산, 바다의 풍경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울려 퍼졌던 음악.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의 2악장도 함께.

그런데 이 아름다운 음악이 모차르트가 가장 고통스러운 시절에 작곡되었다는 것은 아는가? 모차르트가 살았던 18세기 중반은 새로운 사상과 풍토가 전 유럽을 강타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는 또한 작곡가가 후원자로부터 서서히 독립하기 시작한 과도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작곡가의 완전한 독립을 위한 시대적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고 있었다. 유럽의 여러 궁정의 생활 방식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으며, 혁명의 기운은 감돌았지만 구질서가 여전히 자연의 질서로 여겨지고 있었다.

▲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스틸 컷 (사진 코리아데일리 DB)

불꽃같은 독창성으로 종종 후원자와 마찰을 빚었던 모차르트는 결국 후원자로부터 독립해 생애 마지막 10년을 프리랜서로 살았다. 음악가가 하인보다 조금 나은 고용인에서 독립된 예술가로 이행하는 변혁의 와중에서 스스로 프리랜서로서의 고단한 삶을 선택했던 것.

모든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모차르트에게 자유의 대가는 참담한 배고픔이었다. 그는 매일매일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곡을 써야만 했다. 이 시기 모차르트는 정말로 너무나 비참한 처지에 있었다. 빚에 쪼들린 나머지 쥐꼬리만한 돈을 받고 밤낮 없이 곡을 써야 했으며, 아내인 콘스탄체는 병에 걸려 온천을 전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무렵, 모차르트가 자신의 생애를 통틀어 가장 극심한 고통 속에 있었던 바로 이 무렵,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그의 창조성은 오히려 더욱 찬란하게 타올랐다. 세속의 고통이 그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기는커녕 더욱 찬란한 불꽃으로 피어나게 한 것이다.

모차르트 말년의 걸작 ‘클라리넷 5중주’와 ‘클라리넷 협주곡’은 바로 이런 시련 속에서 탄생했다.

모차르트가 당시로서는 비주류 악기에 속했던 클라리넷을 위한 곡을 쓰게 된 것은 빈 궁정악단의 클라리넷 주자였던 안톤 슈타들러(Anton Stadler)라는 사람 때문이었다. 슈타들러는 모차르트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많이 주었던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다.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는 모차르트를 딱하게 여겨 그에게 클라리넷 곡을 의뢰하고, 또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클라리넷 협주곡은 모차르트가 죽기 두 달 전에 작곡한 그의 유일한 클라리넷 협주곡이자 마지막 협주곡이기도 한다. 이 곡은 저음역과 고음역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클라리넷이라는 악기의 매력을 변화무쌍하게 보여주고 있는 협주곡이다. 특히 밝고 활기찬 1악장과 3악장 중간에 들어있는 2악장의 선율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분위기가 [클라리넷 5중주]와 흡사해서 협주곡이라기보다 실내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클라리넷은 모든 악기 중에서 가장 전원적(田園的)인 악기다. 악기 중에서 목질(木質)의 음색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에서 클라리넷은 종종 목동의 피리 소리에 비유되곤 했다. 슈베르트가 [바위 위의 목동]이라는 가곡에 클라리넷을 집어넣은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극심한 고통 속에서 작곡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곡 어디에서도 고통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목동의 피리소리처럼 평화롭고, 수채화처럼 맑고 우아하다. 클라리넷 특유의 독특한 애수가 아련하게 깔리면서도 결코 비탄으로 흐르지 않는다.

‘클라리넷 협주곡’은 모차르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 그의 음악적 유언이다. 이 곡을 쓰면서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예감했던 것일까. 그 울림에 이별의 노래와 같은 아련함이 배어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줄거리 & 결말

덴마크에 사는 카렌(메릴 스트립 분)은 막대한 재산을 가진 독신 여성. 그녀는 친구인 브릭센 남작과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아프리카 생활을 꿈꾸며 결혼을 약속한다.

캐냐에서 결혼식을 올린 그들은 커피 재배를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고, 브롤은 영국과 독일간에 전쟁에 나간다. 혼자남은 카렌은 어느날 초원에 나갔다가 사자의 공격을 받게 되고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 분)란 남자에게 도움을 받는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카렌에게 있어서 데니스는 인생의 나침반 구실을 한 남자였다. 결국 남편과 이혼한 카렌은 사랑하는 데니스에게 결혼을 요구하지만 매이는 걸 싫어하는 데니스는 그대로 지내기를 원한다.

결국 카렌은 그 곳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바래다 주겠다고 약속한 데니스를 기다리는데 돌아온 것은 비행기 추락으로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카렌은 쓸쓸히 추억만 남긴 채 아프리카로 떠난다.

영화 속에 담긴 또 다른 사랑을 보면 덴마크 부호의 딸 카렌은 아프리카 케냐에 있는 약혼자인 블릭센 남작과 결혼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온다. 이때만 해도 그녀는 아프리카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에 닥친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남편과 결혼 후, 어떻게든 커피 농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해보려는 카렌의 생각과는 달리 남편은 농장일에는 통 관심이 없다. 툭하면 사냥을 한답시고 며칠씩 집을 비우곤 하는데, 때문에 타지에서의 고달픈 삶은 오로지 카렌의 몫이 된다. 그러는 사이 결혼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블릭센은 카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쟁터로 떠난다. 그로부터 얼마 후, 카렌은 남편으로부터 보급품이 필요하다는 전보를 받는다.

카렌은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보급품을 가지고 남편을 찾아가 하룻밤을 보내는데, 그때 남편으로부터 매독이라는 몹쓸 병을 옮게 된다. 카렌은 덴마크로 가서 병을 치료하지만 이 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된다.

플레이보이 기질이 다분한 블릭센은 군에서 제대한 후에도 자기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다른 여자와 외도를 해서 카렌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 결국 카렌은 남편과 별거에 들어가지만 이혼만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돈 많은 여자를 만난 블릭센이 이혼을 요구하자 명목뿐인 부부 생활을 청산한다.

카렌은 사실 오래전부터 다른 남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데니스이다. 남편과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 때, 데니스는 그녀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초원에 나갔다가 사자의 공격을 받을 뻔한 카렌을 데니스가 구해준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데니스는 여러모로 블릭센과는 대조적인 남자이다. 그는 아프리카의 자연과 사람을 사랑한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즐겨 들으며 경비행기를 타고 광활한 아프리카의 초원을 나르며 인생과 사랑에 대해 얘기할 줄 아는 멋진 남자이다.

이런 데니스에게 카렌은 깊이 빠져든다. 남편과 이혼한 후, 카렌은 데니스와의 결혼을 원한다.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데니스는 그런 카렌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카렌은 믿을만한 동반자를 원하지만 결코 데니스를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지만 사고 방식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 한 가지 예가 바로 아프리카 원주민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이다.

카렌이 선교사를 불러들여 원주민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자 데니스가 카렌에게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실감 때문에 그러냐고 묻는다. 그러자 카렌은 이들을 야만 상태에 놓아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당시는 유럽 열강들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때였다. 문명사회에 살고 있는 백인들에게 아프리카 원주민은 그들이 가르쳐야 할 ‘교화 대상’이었다. 덴마크에서 건너온 남작부인이 선교사와 같은 열정을 가지고 아프리카 사람들을 교화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하지만 데니스는 이런 카렌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카렌에게 아프리카 원주민들에게 문명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글로 쓰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프리카의 문화를 그 자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데니스의 말을 들으며 카렌의 생각도 조금씩 변해간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수확기를 맞은 카렌의 커피 농장에 불이 났다. 그녀가 모든 것을 투자해서 일구어 놓은 커피농장과 커피가 완전히 재로 변해 버린 것이다. 실의에 빠진 카렌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때 자기를 찾아온 데니스에게 카렌은 “당신이 옳았어요, 제가 진작 배웠어야 하는 건데 너무 늦었군요.”라고 이야기한다.

데니스는 며칠 후에 다시 와서 카렌을 비행기에 태워 몸바사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오는 도중 비행기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데니스의 장례식은 기독교 식으로 치러진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카렌은 관에 흙을 뿌리는 유럽식이 아닌, 머리를 쓰다듬는 아프리카 풍습을 따른다.

데니스의 영향으로 아프리카를 그 자체로 사랑하게 된 것이다. 데니스는 카렌에게 “우리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카렌은 그것을 모든 것을 잃은 후에, 데니스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카렌은 하인들에게 자기를 “마님”이 아닌 “카렌‘이라고 불러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모든 것을 원주민에게 나누어주고 조그만 가방 하나만 가지고 아프리카를 떠난다.

그리고는 고향으로 돌아가 17년 동안의 아프리카 생활을 정리한 글을 쓴다. 그것이 바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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