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신재생에너지 20% 목표 가능할까

 

지난 11일 일요일 낮 12시 50분께부터 서울 영등포구와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등 서울 서남부 지역 일대와 경기 광명시 등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정전은 광명시 소재 영서변전소의 노후 시설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1년 9월 15일 일시적 전력 부족이 야기한 ‘대정전’ 사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원자력발전소의 효시인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정지에 맞춰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다. 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며 대선 때 공약했던 탈원전 정책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20%로 끌어올린다는 공약을 실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발전공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확대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5.3%-엄밀히 따지면 1% 정도-에 불과한데 짧은 기간에 목표치가 과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대표적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은 2023년까지 태양광발전을 비롯해 풍력·연료전지·바이오 등 총 2GW에 달하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약 1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수원은 기존 원자력발전소 부지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이달 초 영구정지가 결정된 고리원전에서 5㎿ 규모의 ‘고리태양광발전소’를 준공하고 연간 6500㎿h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공사비 73억 원이 투입됐으며 앞으로 20년간 운영할 계획이다.

그동안 발전공기업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는 소극적이었다. 이미 2012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도입됐으나 공기업들은 신규 투자는 외면하고 의무량을 채우기 위해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구매하거나 ‘우드펠릿’을 석탄과 병용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하지만 새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에너지업계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올리는 일은 만만치 않은 ‘목표’라며 여러 사례에서 보듯 엄밀히 따져보지 않고 의욕만 앞서면 좋지 않은 선례만 쌓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우선 태양광, 풍력 등을 이용하는 발전설비는 엄청난 규모의 부지를 필요로 하는 데 비해 생산성과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방대한 규모에 따른 환경 파괴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또 신기술을 도입하는 경우 실패 확률이 높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면, ‘탄소 제로 섬(Carbon Free Island)’을 표방한 가파도의 사례다. 마라도와 함께 우리나라 최남단을 구성하는 가파도는 주민 220여 명, 120가구가 풍력과 태양광으로 전력을 충당하는 ‘에너지 자립 섬’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 가파도 발전소 마이크로 그리드 운영센터 모니터에는 섬의 누적 발전량(1871㎿h) 57%는 경유를 쓰는 디젤발전기에서 생산됐다. 주민과 방문객이 사용한 전력 절반 이상이 화석연료로 생산된 것이다. 같은 기간 풍력은 32%, 태양광은 11%에 그쳤다. 이와 같은 현상은 신재생 에너지 도입을 시도한 서해 옹진군 백아도 등 7개 에너지 자립 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문제다.

이처럼 경제성은 고려하지 않고 친환경 비중만 높이면 그만이라는 정책 논리에 함몰되는 순간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졸속 중복 투자로 실패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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