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 금속활자 계미자로 인쇄…기존 목판본보다 2세기 앞서

매달, 24절기에 필요한 농업 기술과 금기사항 담아

[코리아데일리 고창식 기자]

▲ 조선 시대 최초 금속활자로 인쇄한 현존 최고본 ‘사시찬요’가 발견됐다. 코리아데일리 DB

현존 최고본 ‘사시찬요(四時纂要)’가 발견됐다.

학계에서는 조선 시대 최초 금속활자인 계미자(癸未字)로 인쇄한 이 책이 국보급 문화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경북 예천군 등에 따르면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BK플러스21사업팀이 최근 예천군 용문면 죽림리 남악종택 문화재 목록화 사업을 하던 중 계미자본 사시찬요 1권을 발견했다. 계미자만의 독특한 서체인 송조체(송나라 서체)로 인쇄했다.

사시찬요는 996년 중국 당나라 때 한악이 편찬한 농업 서적으로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과 일본에도 초간본은 전해지지 않는다.

초간본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1961년 일본에서 발견한 책이 있지만 1590년 울산에 있던 경상 좌병영에서 목판으로 인쇄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발견한 책은 이보다 2세기 가량 앞선 1403년에서 1420년 사이 계미자로 인쇄한 것이어서 한·중·일을 통틀어 현존 최고본으로 추정된다.

계미자는 태종 3년(1403년) 계미년에 만든 조선 최초 구리활자로 1420년 경자자(庚子字)를 만들 때 모두 녹여 썼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계미자로 인쇄한 책은 희귀해 낱장만으로도 수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개인 소장 서적을 제외하고 대부분 국보로 지정돼 있다.

서울대 규장각이 소장한 십칠사찬고금통요(十七史纂古今通要) 권6(국보 148호),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동래선생교정북사상절(東萊先生校正北史詳節) 권4·5(국보 149호) 등이 계미자본이다.

이 책들이 각각 10장 안팎인 데 비해 경북대 사업팀이 발견한 책은 100장 분량인 데다 보존상태도 비교적 양호해 ‘국보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분하고 봄 부분만 2권으로 구성해 ‘5권 1책’ 체계를 갖췄다.

정월부터 섣달까지 매달, 24절기에 필요한 농업 기술과 금기사항, 가축사육 방법, 월령을 어길 경우 생길 수 있는 재앙 등을 담았다.

특이한 점은 1590년 목판본 3월 말 편에 기술한 종목면법(목화재배법)이 계미자본에는 없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농서를 들여와 당시(1590년) 조선 실정에 맞도록 추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사업팀은 이 책이 조선 시대 농업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지학 측면에서도 활자 서체 및 조판법 연구 자료로 활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한편 남악(南嶽)은 임진왜란 전 서애 류성룡과 함께 왜에 통신사로 다녀온 학봉 김성일(1538∼1593)의 동생인 김복일(1541∼1591)의 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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