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인사청문회, 확 바꾸든지 없애든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동시에 열린 7일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야 3당은 본격적인 ‘낙마’ 공세를 취했지만 결정적인 한방은 없었다는 평이다. 한편 이날 국회 정무위에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 채택을 논의했으나 여야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9일 재논의키로 했다. 야당은 당연 부적격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3명 모두 인준을 강행할 것이란 얘기가 있던데 진짜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추경안이나 정부조직법안 처리와 인사 문제를 연계할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가 적어도 세 후보자 중 한 명은 사퇴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특히 강경화 후보자를 정조준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도 3명 모두 무사통과는 있을 수 없다는 기류다. 외교통일위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강 후보자에 대해 “도덕성뿐 아니라 북핵 문제 등 주요 외교 사안을 처리할 전문성도 부족해 보인다”며 부적격 의견을 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은 당리당략을 떠나 오로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후보자에 대한 자질과 역량, 도덕성을 엄정하게 검증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국민의당은 오늘 의원총회를 열어 김상조 후보자뿐 아니라 청문회가 진행된 나머지 인사들에 대해서도 찬반 입장을 논의하기로 했다.

바른정당도 강 후보자에 대해 일찌감치 인준 불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지난 2일 청문회를 한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도 청문회 과정에서 예일대 연수 과정과 관련해 연수 추천자를 허위로 진술하는 등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은 정권 초기 인사 문제에서 야당에 밀릴 경우 정국 장악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난관을 돌파하고 싶은 눈치다.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향후 국회를 움직일 수 없다는 딜레마 때문에 한껏 자세를 낮추고 있다. 이날도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은 별로 내용이 없다(강창일 의원)”고 두둔했고, 홍문종 한국당 의원은 “전에는 호랑이 같더니 다 고양이 같아졌다. 치어리더로 변신했느냐”고 야유했다.

한편 긴장 속에 청문회를 지켜본 청와대는 “그만하면 선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벼르고 나왔지만 청문회에서 뚜렷한 낙마 사유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며 “3명 모두 임명에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특히 우려를 빚은 강 후보자에 대해서도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 비외무고시 출신 장관 후보자라는 명분이 더 비중 있게 전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0년 6월 김대중 정부 시절 제16대 국회에서 처음 도입된 인사청문회 제도는 국회의 입장에선 대통령의 인사권을 통제하고, 인사권자인 정부의 입장에선 인사권 행사를 신중하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다. 이후 청문 대상이 확대되면서 2005년 7월 개정된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2006년 2월 5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무위원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됐다. 하지만 장관들의 경우 국회는 이들에 대해 청문회만 개최할 뿐 국무총리 후보와는 달리 임명동의안 표결의 의무는 없다. 또 내정자의 적격 여부 의견을 담은 보고서 제출은 의무이나 대통령이 이를 따를 의무는 없다.

정권교체에 따라 여야가 바뀌었지만 수준 이하의 소모적·정략적 의도의 인사청문회가 여전히 열리고 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못하면서 여야간 정쟁만 불러일으키는 이런 식의 청문회는 필요없지 않은가. 언론과 SNS 등 국민적 소통도구가 충분한 이참에 청문제도를 확 바꾸든지 없애든지 결단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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