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5대 목표·20대 전략·100대 과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4일 기획재정부 등 56개 정부 부처 및 기관별 업무보고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국정 계획 선정 작업에 나섰다. 국정기획위 박광온 대변인은 “국정비전·프레임 태스크포스(TF)가 5일 전체회의에 국정과제 1차안을 보고하고, 전문가와 청와대·부처 협의를 거쳐 12일에 확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에 대한 보고도 당초 예정보다 빨라져 이달 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국정과제를 ‘5대 목표, 20대 전략, 100대 과제’로 정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때 5대 목표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좋은 시장경제, 차별 없는 공동체, 활기찬 분권발전, 당당한 국제협력’을 제시한 바 있는데, 국정기획위 5대 목표도 이 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당·정·청은 정부조직을 기존 17부(部)·5처(處)·16청(廳) 체제에서 18부·4처·17청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하고,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을 국민안전처에서 독립시키는 대신 국민안전처는 폐지하고 남은 기능은 행정자치부로 흡수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한다는 공약은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서는 보류됐다. 대신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 남기더라도 통상 기능은 과거 외교통상부 시절 ‘통상교섭본부’ 수준으로 독립 운영될 수 있도록 격상시킨다는 계획이다. 국정기획위는 ‘고용·복지·성장’이라는 새 정부 개혁을 담당할 부처에 힘을 실어주고,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소위 ‘힘센 부처’에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확정되면 민주당은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다음은 일자리 창출에 관한 것이다. 공공부문에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 중 64만 개는 사실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알려지면서 창출이 아니라 고용 전환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실제 2주일 동안 국정기획위의 활동을 지켜본 부처 실무자들은 소통부족을 지적했다. 마치 정답을 미리 정해놓고 독려하기에 바빴다는 것이다. 실무자들은 “토론보다는 새 정부의 공약을 잘 숙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느낌을 받았다” “현실적으로 공약 이행이 쉽지 않은데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하라’ 식의 요구를 받아 부담스럽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대선 공약 사항이 바뀌는 사례도 있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이 ‘5대 인사 원칙’을 대체할 새 임용기준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맞을 매는 맞더라도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개선의 계기는 만들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공약 후퇴를 시사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경호실을 경찰청 산하로 옮기겠다는 대선 공약을 보류한다고 발표한 것도 청와대가 아닌 국정기획위였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신고리 5, 6호기의 가동 중단과 관련해서는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물러났다. 선거용 공약이었음을 국정기획위가 실토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란 결과로 평가받기 마련이다. 문 대통령 앞에는 ‘경제 살리기, 청년실업 해결, 재벌개혁, 북핵 및 미사일 위기 해결’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지율이 84%에 이른다지만 여기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일사천리로 개혁을 추진하다 몰락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우선순위에 따라 하나씩 꼼꼼하게 적폐를 청산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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