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이낙연 총리를 ‘살린’ 호남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이 돌파구를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직 배제 5대 원칙’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약속하면서 국민과 야당에 양해를 구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것(5대 원칙)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공약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며 국정기획자문위와 청와대 인사수석실·민정수석실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 인사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당부를 곁들였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양해’ 발언이 유감 또는 사과 발언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진솔한 양해”라고 정의했다. 문 대통령의 직접 발언뿐 아니라 해석으로도 ‘사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야당은 해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야당의 선택이 엇갈렸다. 자유한국당은 비협력을 택했고, 바른정당은 비판적이지만 표결에는 참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하겠다”는 당론을 정했다.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서 호남 출신 총리를 거부하면 내년 총선이 부담스럽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날 국민의당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만큼 결론을 내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오후에 비공개로 열린 의총 후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가 위장전입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대승적 차원’을 이유로 협조 방침을 발표할 수 있었다. 국민의당은 총리 인준에 필요한 의석(40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협조 시점이 언제인가가 관심이었다. 광주광역시에 지역구를 둔 한 중진 의원은 의총에서 “우리 입장은 같은 야당이 아니라”며 “자칫 민주정부 출범 자체를 반대하는 세력으로 자리매김될까 두렵다”는 말로 분위기를 대변했다.

같은 보수 성향 정당이지만 바른정당과 한국당의 입장은 달랐다. 한국당은 의총 끝에 인준 절차 자체에 협력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선거 전에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라는 건데 그걸 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총리 인준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에 바른정당은 “인준 절차에 응할 계획”이라는 입장만 발표했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총리 임명에 부정적 기류가 강하기 때문에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바른정당은 30일 의총을 열어 최종 입장을 정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협치 정국 조성을 위해 한국당을 끝까지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설령 바른정당(20석)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더불어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 정의당(6석) 등이 찬성표를 던질 경우 166석으로 과반(150석)이 필요한 인준에는 문제가 없다. 바른정당은 30일 의총을 열어 최종 입장을 정한다.

한편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회를 찾아 장관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5년 7월을 기준으로 이전의 위장전입자는 부동산 투기에 한해 문제를 삼고, 이후의 위장전입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정 원내대표는 “자의적 기준”이라고 선을 그었고,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는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닌 위장전입이 괜찮다는 기준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반대했다.

국회는 이미 31일 본회의를 예정해 놓은 상태다.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향후 또다시 의혹이 제기된다면 인준을 둘러싼 막판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당 의원 중 절반이 이탈하는 일이 벌어지면 인준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총리까지는 넘어가지만 향후 장관 청문회 국면에서 야당이 강공을 선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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