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늦어지는 인사, 어디서 꼬였나

 

문재인 대통령 취임 열흘이 넘었지만 청와대는 국가 외교·안보와 정책을 조정하는 국가안보실장과 정책실장 인사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는 당분간 장관 인사도 없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낙연 총리 후보의 청문회 관계로 현 유일호 부총리의 제청까지 검토했던 때와 기조가 다르다. 청와대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했지만, 검증 등 인사 과정에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와 30분 동안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청문회 준비를 잘하길 바란다.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이 (나는) 책임총리제·책임장관제를 운영할 계획”임을 천명했고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두 분이 빠른 시일 내에 내각 인사를 마무리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 등에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인사는 예상보다 신중 기조를 유지하는 편을 택한 듯하다. 참모들은 “대통령은 인사를 빨리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실장 등 장관급 참모뿐 아니라 일선 부처의 청와대 파견 공무원 인사까지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청와대는 “같은 기준이라면 가급적 지방대 졸업자, 지방 출신자, 여성, 장애인 등을 우선순위로 파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물망에 오른 후보들이 내부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가진다. 기자들의 ‘촉’에 따르면,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한 인사는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받은 아들 문제가 제기되면서 후보군에서 제외됐고, 전직 장성 출신 인사는 고액의 자문료를 받은 사실이 문제가 됐다. 특히 청와대 비서진은 국회 청문회 절차가 필요 없지만 ‘적폐 청산’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국민감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어떤 인사는 “청문회를 견딜 자신이 없다”며 청와대를 선호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내각은 인준 절차를 마친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제청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는 오는 24일~25일 이 후보자의 청문회를 열고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 동의 표결을 한다. 여권 관계자는 총리 대행을 맡고 있는 유일호 부총리의 제청권 행사보다는 청문회를 통과한 이 후보자가 장관을 제청하는 모양새가 자연스럽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구체적으로 추천한 인사가 있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내각 인선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느냐 질문에는 “그 정도까지 진도가 나간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한편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차관회의에서 부처별로 새 정부 공약검토를 지시하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마련 방침을 밝혔다. 국무총리와 장관 임명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을 예상해, 당분간 ‘차관 정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까지 문재인 정부의 차관 인선이 진행되지 않아,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차관들이 참석했다. 새 정부 초반 열리는 차관회의는 어느 정권 초기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무회의와 달리, 차관회의는 실질적인 토론의 장이 된다. 이 때문에 차관회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한 문재인 정부 초반 정책 동력의 한 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다음주쯤 차관 인선을 두 차례 나눠 발표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무위원 인사 제청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차관 인사로 국정 공백을 메우려는 조치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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