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검찰개혁 급물살 타나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돈 봉투 회식’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핵심 간부인 이영렬(사법연수원 18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20기)을 감찰하라고 법무부와 검찰에 지시했다. 새 정부가 공언한 검찰 개혁이 이를 계기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내용인즉 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인 이 지검장과 특수본에 참여한 핵심 간부 검사 등 7명은 안 국장 등 검찰국 간부 3명과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안 국장은 특수본 수사팀장들에게 70만원에서 1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했고, 이 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 1·2과장에게 1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법무부 과장들은 다음날 바로 서울중앙지검에 격려금을 반납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권력기관 중 가장 시급한 개혁 대상을 검찰을 꼽았고 지난 11일 개혁·진보 성향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파격적으로 민정수석에 임명함으로써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 나설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 내놓은 검찰의 안일한 해명이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검찰은 “이 지검장이 검찰 후배 격려 차원에서 법무부 각 실·국과 모임을 해 오면서 그 일환으로 검찰국 관계자들과 저녁 모임을 했으나 식사 당시 검찰국장은 내사 또는 조사 대상도 아니었고 이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의 상급자로서 부적절한 의도가 이 모임에 개재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을 철저하게 수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여전한 가운데 이런 해명은 오히려 민심을 자극했고,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법 감정을 지닌 검찰에 대한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오히려 비등하는 계기가 됐다.

검찰로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관한 입장 표명마저 자칫 ‘기득권 내려놓기’에 미적대거나 개혁에 저항 또는 소극적인 것으로 비쳐질까 우려하는 상태에서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져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셈이다.

청와대가 검찰의 오랜 관행인 특별활동비의 사용 내역까지 철저히 들여다보라고 요구하면서 향후 불어 닥칠 검찰 개혁의 강도를 어느 정도 짐작케 한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이 같은 사안으로 동시 감찰을 받는 것은 검찰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법무부는 17일 긴급회의를 열고 감찰 주체와 방식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공무원 및 검사의 비위를 파헤치는 감찰 조직으로 법무부는 감찰관실을, 대검은 감찰본부를 각각 두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본부가 협의해 신속히 계획을 수립한 뒤 법과 절차에 따라 조사해 진상을 파악하고 관련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업무 지시라는 무게감과 사안의 중대함 등을 고려해 법무부와 대검이 협의 아래 대규모 단일 감찰 조직이 꾸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검찰 안팎에선 새 정부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와 맞물려 이번 사태가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검찰 개혁의 사전정지 작업이라고 봐야하지 않겠나. 감찰 결과에 따라 개혁 작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사실상 수사 지시다. 검찰 독립성 문제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수사 지시를 할 수 없어 감찰 지시로 형식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 특히 특수활동비에 대한 조사를 지시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 최대 조직의 수장이며,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의 예산·인사 업무를 관장한다. 청와대는 공직기강 확립 차원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은 우병우 라인 솎아내기와 법무부·검찰 힘 빼기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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