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전례없는 5당 체제에서 살아남기

 

5·9 대선에서 승리한 여당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를 중심으로 친문 색채 짙은 지도부를 구성해 정국 장악 의지를 다졌다. 반면 정의당을 제외한 야 4당은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 대선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는 동시에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는 판국이다.

자유한국당은 16일 대선 이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사퇴를 두고 격론이 오갔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했으나 정 원내대표는 “패배에서 빨리 벗어나 (당을) 재건하고 제1야당의 면모를 보일 수 있도록 지혜를 달라”고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한국당 초선 의원 43명은 철저히 반성하고 분골쇄신의 자세로 당 혁신에 나서야 한다며 “계파 패권주의와 선수(選數) 우선주의를 배격하고 젊은 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에 복당한 13명의 의원들을 두고 불편한 기류가 흘렀다. 한선교 의원은 “쪽팔림을 무릅쓰고 같이 가자”고 화해의 손을 내민 반면 김진태 의원은 “적어도 유감 표명은 있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홍준표 전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은 한국당을 신 보수주의 정당이 아닌 실패한 구 보수주의 정권세력의 연장으로 본다”며 “10년 집권으로 관료화된 당을 전투적 야당 조직으로 바꾸지 않으면 보수우파 적통 정당은 정치판에서 사라지고 좌파들의 천국이 된다”고 꼬집었다. 결국 자신의 당권 도전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국민의당은 대선 평가 토론회를 통해 패배 원인 규명에 초점을 맞췄다. 참석자들은 일제히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의 전략 부재를 주요 원인으로 거론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안 후보의 TV토론회 발언은 대체로 학자적이고 교과서적이며 추상적인 메시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오승용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는 안 후보의 자강론을 근거없는 허세로 강하게 비판했다. 오 교수는 “근거없는 낙관론에 기초한 자강론이 호남과 영남 양쪽으로부터 외면받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호남의 외면을 받은 것에 대해 존경하는 인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닌 세종대왕을 언급했고 햇볕정책에 대한 공과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당론 변경 등 지지 기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반성이 따랐다.

특히 국민의당의 진로와 관련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일부에서 당이 존속이 불투명하다고 얘기하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바른정당과의 섣부른 통합론이 제기되면서 반목이 표출되고 있다”며 “결속과 단합 속에서 강한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탈당 사태와 국민의당과의 통합설로 진통을 겪던 바른정당은 이틀간 강원도 고성 국회연수원에서 원내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6월까지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의원 20명과 원외당협위원장 100여명은 국민의당과의 ‘통합론’과 ‘자강론’ 사이에서 일단 자강론을 지지했다. 탈당을 선언했다가 다시 돌아온 황영철 의원은 “연대·합당이라는 악마와도 같은 주술에 걸려서는 안 된다. 이 주술에 걸리는 순간 바른정당은 국민 속에서 잊혀지는 갈팡질팡하는 정당이 된다”고 주장했다.

전례없는 5당 체제에서 여야는 협조와 배척이라는 기묘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13개월이란 짧고도 긴 여정 동안 어느 당이 다시 국민의 선택과 부름을 받을지 뼈를 깎는 노력을 경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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