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흔들리는 검찰과 법원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해괴한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 씨는 재판이 끝나기 직전 “이제 정의 사회,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도 새로 탄생했다”며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 씨는 자신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최 씨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장시호, 고영태, 차은택 등의 일부 치우친 증언만 이야기한다”며 “특검은 검찰보다 정확하게 증거를 대야지, 증인에게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삼성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최 씨는 “삼성에서 뇌물을 받은 적이 없고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는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최 씨는 딸 유연에 대해서도 “(삼성에) 유연이를 키워 달라고 한 적이 없고, 그 돈(삼성이 낸 승마 지원금)을 내놓으라면 지금이라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이 15일 최근 3달간 진행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한 회의를 열고 법원행정처에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를 요구함으로써 ‘사법파동’ 조짐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단독 재판부 소속 판사 91명 중 53명은 회의에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법관들의 자유로운 학술 활동에 대한 침해가 헌법적 가치인 법관의 독립이라는 관점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심각한 사태”라고 규정했다. 판사들은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 및 법원행정처와 일선 법관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은 가운데 누적된 인사와 법원 운영에 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으로 전격 등장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검찰 손보기(?)성 발언에 이어 임기를 7개월여 남긴 김수남 검찰총장이 어제 퇴임식을 가졌다. 김 총장이 퇴임식장에 들어설 때 참석자 전원이 1분 동안 기립해 박수를 쳤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이 ‘공공의 적’으로 몰려 ‘적폐 청산’ 대상으로 거론되는 마당에 수장마저 떠나가 분위기가 냉랭하다”고 귀띔했다.

김 총장 본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집행됐을 때 그만두려 했으나 법무장관마저 공석인 상태에서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신이라고 판단했다며 이제 새 대통령이 취임했으므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해 사퇴를 결행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임사를 통해 “인자함은 지나쳐도 화가 되지 않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며 새 정부의 적폐 청산 조치에 대한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지적하는 발언을 했다. 김 총장의 발언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조 수석이 검찰을 겨냥해 ‘국정 농단의 실체를 은폐했다’고 단정지은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했다. 김 총장은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수사를 지휘했기 때문이다.

차기 검찰총장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과 법무부 장관의 임명 제청,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내세우며 비검찰 출신은 물론 비법조인까지 다양한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분간 김주현 대검 차장검사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누가 새 총장에 임명되든 김 총장이 이임식에서 인용했다시피 독일 철학자 칸트의 명언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FIAT JUSTITIA RUAT COELUM)’는 법언(法諺)을 새기고 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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