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재도전을 원한다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예상보다 빨리 공식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습에는 남다른 재능이 있는 안 전 후보는 18대 대선 패배 후 ‘다시 시작이다’고 선언한 문재인의 재수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듯하다.

안 전 후보는 11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주승용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25명의 의원과 만찬을 하며 “전국을 돌며 그동안 지지해주신 국민께 감사 인사를 드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선대위 해단식에서 “당분간 재충전 시간을 갖겠다”며 칩거를 예고한 것과는 사뭇 결이 다른 의미다.

안 전 후보는 “제가 많이 부족했습니다”고 패배를 인정했지만 곧바로 “우리가 700만 국민의 지지를 받았는데, 전 지역 전 계층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았다”며 “이런 전례가 없고, 이런 고른 지지는 미래 국민의당의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치는 한 사람의 능력 유무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의사로서 기업가로서 교수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지만 정치에서만큼은 스스로 ‘안스트라다무스’라고 주장한 바와는 달리 감을 잡지 못하는 듯하다. 정치는 자신의 비전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입이 근질거렸지만 대선 기간 중에 차마 못했던 말이 있다. 안 전 후보의 치명적 약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똑똑한 데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 영웅을 바라지만 초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2% 부족한 인물이 돼야 국민이 안심하고 지지하는 것이다. 멀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회장부터 가까이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정몽준 의원의 사례를 극복하지 않으면 결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후보는 여전히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12일 미국으로 떠나 당분간 머물며 정국 구상에 몰두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선 공식 선거 운동 기간에 결혼식을 올린 차남 부부를 달랜다는 개인적인 의미가 크지만 정치적으로 포장하는 능력을 보인 것이다. 이는 6월~7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 전개될 당권 싸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홍 전 후보는 페이스북에 “당권에 눈이 멀어 당을 분열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옳지 않다”며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동단결해야 한다. 천하의 대의(大義)를 따르는 큰 정치를 하자”고 썼다. 그의 큰소리는 이뿐 아니다. “좌파들 잔치하는데 한 달간 자리를 비켜주는 것”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립이 더 극심해질 것” “(문재인 정부가) 마음대로 (하도록) 절대 안 놔둔다” “파국인지 조국인지 서울대 교수를 사퇴하고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가는 게 맞다” 등이다. 정치적 노련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바른정당 대선 후보를 지냈던 유승민 의원은 가장 인상적인 ‘낙선 인사’로 주목을 끌었다. 안-홍 후보가 패배는 인정했지만 문 후보에게 축하의 덕담을 보내지 않은 것과 달리 유 의원은 가장 먼저 축하 전화를 했다는 사실이다. 그와 함께 경제부총리 입각설로 화제다. 유 의원은 “제안이 안 온 것을 가지고 뭐라고 말하기도 그렇지만, (제안이 오더라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평론가 유시민의 한마디로 결론을 갈음하자. “재도전 안 할 거면 선거 기간에 쌓인 앙금을 풀어도 되지만 정치를 계속 할 거면 낙선한 선거에서 멋지게 진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