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지겹도록 듣지만 “인사가 만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날 전격적으로 국무총리 후보, 비서실장 그리고 국정원장 ‘빅 3’ 인선을 발표했다. ‘3기 민주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낙연(65) 현직 전남지사를 지명했고, 비서실장에는 51세의 임종석 전 의원을 임명했다. 국정원장에는 ‘정보맨’ 출신 서훈(63) 전 국정원 3차장을 9년 만에 재입성시켰다. 이들 3명 가운데 2명이 호남 출신이다.

또 청와대 경호실장에는 주영훈(61) 전 경호실 안전본부장, 민정수석에는 비검찰·비사법시험 출신의 조국(52)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사수석에는 최초로 여성인 조현옥(61)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발탁 내정했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한다. 문 대통령의 이번 인사의 특징은 △호남 우대 △친노·친문 최소화 △경륜과 패기의 조화로 생각할 수 있다.

전남 영광 출신 이낙연 총리 후보의 지명은 선거 때 제시한 ‘호남 총리’에 대한 약속을 지킨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문 대통령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이 후보자의 지명은 호남 인재 발탁을 통한 균형 인사의 시작이자 협치 행정과 탕평 인사의 신호탄”이라고 자찬했다. 이 후보자는 당내에서 비주류인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념이라는 진영의 벽을 넘지 못한 점에서 탕평 인사라는 평가를 내리기에는 부족하다.

이 전남지사는 21년간 동아일보에서 정치부 기자, 도쿄특파원, 논설위원을 지냈다. 2000년 총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전남 함평-영광에 출마해 당선된 뒤 내리 4선을 했다. 다섯 차례 대변인을 맡아 ‘직업이 대변인’이라는 평도 얻었다. 그는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막걸리를 좋아한다. 야당 정치인과도 막걸리를 마셔 가며 틈나는 대로 소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으로 그의 정치적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에 친노·친문계가 아닌 임종석 전 의원을 낙점했다. 임 전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무부시장으로 일하다 대선 정국에서 합류해 문 후보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일부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전남 장흥 출신인 임 비서실장은 한양대 총학생회장이던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맡아 임수경 전 의원의 ‘평양 축전 참가’를 진두지휘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그는 경찰의 추적을 교묘하게 따돌려 ‘임길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결국 체포돼 3년6개월간 옥살이를 했고, 출소 후 정계 입문 전엔 시민운동에 전념했다. 임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성심으로 모시되 ‘예스맨’이 되지는 않겠다. 투명과 소통이라는 두 가지 원칙으로 비서실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업무로 공약이었던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민정수석에게 지시했다. 임 실장에 이어 민정수석에 내정된 조국 교수의 나이도 50대 초반이다. “젊은 청와대, 역동적이고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로의 변화”라는 문 대통령의 말처럼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와 달리 패기 있는 개혁적 인사로 채울 듯하다. 반면 내각은 경륜형으로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 핵심 인사는 “장관은 곧바로 국정을 수행할 경험 있는 인사의 발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대선은 보궐선거인 탓에 인수위 기간도 없고 언론이나 야당과의 허니문 기간도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자유한국당 등 일부에서 이번 인사와 선거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안보관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의 귀가 열려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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