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지지 후보는 정했나요?

 

대선일 D-1. 이름뿐인 ‘어버이 날’이기도 하다. 오늘밤 자정을 기해 60일간의 대선 레이스가 막을 내린다. 각 후보들은 ‘깜깜이’ 기간에도 불구하고 방방곡곡을 누비며 유권자들을 찾아 마지막 한 방울의 에너지까지 쏟아 붇는다는 전략이다. 깜깜이를 핑계삼아 관심이 가는 외신을 통해 우리 상황을 되짚어보자.

먼저 우리나라보다 앞서 대선을 치른 프랑스의 선거 결과가 눈길을 끈다. 7일(현지시간) 실시된 결선투표에서 친 EU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은 돌풍을 일으킨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1차 투표에 이어 여론조사는 마크롱의 당선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5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마크롱의 지지율은 63%, 37%에 그친 르펜과 2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였다. 출구조사에서 마크롱은 어느 때보다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다.

우리나라 상황과 같은 듯 다른 이번 프랑스 대선에 유독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프랑스 정치 60년을 양분해온 사회당과 공화당 후보가 모두 탈락해 기존 정치 질서가 깨졌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21세기 판 프랑스 혁명’으로 평가된다. 마크롱과 르펜 가운데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엄청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둘 다 정치적 기반이 약해 오는 6월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하면 프랑스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 수 있다는 외신들의 분석이다.

한편 미국 보수층 여론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자(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9일 대선에서 역전당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화제가 됐다. WSJ는 아직 20%의 부동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도우파의 표심이 한 후보에게 쏠린다면 역전도 가능하다고 내다본 것이다. 그리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시스템)를 예로 들어, 한국 대선에서 역전이 일어날 조건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하나는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역대 최고로 유권자 35%에 해당하는 4620만 명이 사전투표를 했다는 기록이다. 트럼프를 견제하려는 민주당 지지층의 조직적 움직임이란 해석이 따랐다. 그러나 트럼프는 선거 당일 몰표를 쓸어 담으며 클린턴을 눌렀다. 트럼프의 주력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들이 사전투표 상황에 자극을 받아 선거일에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시 우리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특히 젊은 층에 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보통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라고 답한다. TV토론을 보고 실망해서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응답자가 3분의 1이나 차지했다.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차단된 지난 3일 이전 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부동층은 20% 내외였다.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거나 현재 지지 후보가 있지만 바꿀 수도 있다는 유권자를 가리킨다.

급기야는 지지 후보 선택을 도와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일례로 ‘누드대통령’은 유권자가 공통 분야, 관심 분야, 맞춤 공약 등 설문에 응답하면 매칭률이 높은 대선후보를 찾아준다. 응답에는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사이트를 만든 강윤모 피스컬노트 한국지사장은 “이용자 추이를 보면 20대(55%)와 30대(33%)가 많고 재방문자가 50% 이상”이라며 “대선후보 TV토론이 있을 때마다 재방문자가 급격히 증가하곤 했다”고 자랑했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없애야 할 점, 고칠 점, 추가해야 할 점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가운데 일부는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이른바 깜깜이 선거는 이제 없어져야 할 때도 됐다. 유권자들은 여론조사 따위에 쉽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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