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가짜 뉴스와의 전쟁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공동 창업자인 지미 웨일스가 새로운 뉴스 사이트 ‘위키트리뷴’의 출범을 발표하면서 가짜 뉴스(fake news)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웨일스는 “가짜 뉴스가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것을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위키트리뷴’은 저널리즘과 집단 지성을 결합한 온라인 신문을 지향한다. 전문 지식을 가진 기자가 팩트에 근거해 기사를 쓰고, 위키피디아와 마찬가지로 일반 참여자가 기사를 수정하거나 추가한다. 여기에 팩트 체크(fact check) 봉사자가 다시 한 번 검토해 기사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웨일스는 기자와 팩트 체크 봉사자를 가짜 뉴스와의 전쟁에 참여하는 ‘군대(army)’라고 부른다.

대선 D-12일 현재 온라인에서는 각종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앙선관위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의 ‘위법 게시글 적발 현황’에 따르면 가짜 뉴스는 25일 기준으로 3만 1004건에 달했다. 벌써 18대 대선기간에 적발한 전체 숫자의 4배를 넘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선관위가 추적한 가짜 뉴스 유통 경로는 네이버 밴드(8115건, 26.2%), 페이스북(7361건, 23.7%), 트위터(6842건, 22.1%), 카카오스토리(1431건, 4.6%) 등 SNS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에는 주로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와 ‘일간베스트’, ‘오늘의 유머’와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서 불법 댓글을 달았지만 이번에는 가짜 뉴스가 SNS로 이동했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SNS를 활용한 대선 홍보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는 SNS를 통해 출마 선언을 할 정도고, 안철수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실시간 동영상 중계 서비스인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지지자를 만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가짜 뉴스의 대부분은 선두를 달리는 문-안 후보에게 집중됐다. 문 후보에겐 ‘세월호의 자문변호사’ ‘인민군 상좌 출신 반공포로 아들’ ‘금괴 200톤, 비자금 20조 원 보유’ 등이 유포됐다. 안 후보와 관련해선 ‘대선후보 중 유일한 일제 부역자 자손’ ‘안랩코코넛이 선관위에 투표지분류기 공급’ ‘딸 원정출산, 미국 시민권자’라는 가짜 뉴스가 많았다.

이러한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각 후보 진영에서 경쟁적으로 내놓는 네거티브성 의혹 제기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의혹을 제기하면 그것이 SNS로 확산되고 약간의 가공을 거쳐 가짜 뉴스로 둔갑하는 방식이다. 선관위는 각 후보 지지자들이 SNS를 이용해 사실상의 불법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명행 선관위 대변인은 “여론을 왜곡·조작하는 가짜 뉴스는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중대 선거범죄”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 뉴스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각 후보 진영과 지지자들이 네거티브 메시지를 SNS로 퍼뜨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득표 전략이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상의 화풀이가 반드시 지지율 상승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하루 종일 좋아하는 뉴스만 보고 끼리끼리 즐길 뿐이다. SNS를 통해 반대 세력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각 후보들이 SNS를 통한 ‘진짜 소통’에는 실패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현재와 같은 방식의 SNS 홍보전은 얼마나 많은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지 자랑하는 ‘과시형’에 그치기 때문이다. SNS로 반대 세력의 의중을 알아보고 공약에도 반영하는 식의 진정한 소통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걸러내고 투표로 심판해야 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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