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과거사 헛공방에 그친 2차 TV토론

 

15명의 대선 후보자 가운데 첫 사퇴자가 나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기호 13번 김정선 한반도미래연합 후보가 선거공보물을 제출하지 못해 후보 등록이 무효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퇴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김 후보가 사퇴했지만 이미 부착된 선거벽보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투표용지에도 김 후보의 이름은 그대로 남는다. 다만 기표란에 ‘사퇴’를 표시할 예정이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로 등록하면서 낸 기탁금 3억 원은 돌려받지 못한다.

중앙선관위 주최 19대 대통령선거 공식 TV토론회가 23일 밤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중앙선관위 주최의 공식 토론회는 모두 3번 열리는데, 이날 첫 토론회 주제는 ‘외교·안보·정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핵과 경제 위기 등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이 중요한 시국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 이름이 한 번밖에 언급되지 않았을 정도로 외교 안보는 철저히 무시됐다.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과거사에 관한 네거티브 공방만 확대 재생산하는 걸로 토론회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이날 토론회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중심으로 감정 섞인 신경전으로 일관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안 후보, 알고 보니 ‘갑철수’” 등의 예시문이 들어간 ‘네거티브’ 대응 문건을 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문 후보 지지층의 비난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사실 상대방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니라 카메라의 시선과 지지층의 반발을 유도하는 성격이 짙다.

그런가 하면 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는 시작부터 1972년 홍 후보의 대학생 시절 ‘돼지 흥분제’ 논란과 관련해 후보직 사퇴를 일제히 요구했다. 심 후보는 아예 홍 후보와의 토론을 거부했고, 안 후보는 카메라를 향해 국민에게 질문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외교안보가 아닌 후보 개인의 선정적인 과거사를 물고 늘어진 것이다. 오죽하면 문 후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누리꾼들이 과거 기사를 파헤치고 공유하는 ‘성지순례’ 중이라는 표현이 나왔을까.

정치평론가들은 새로 도입된 스탠딩 토론에 대해 “후보들끼리만 토론하게 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 토론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든가 “사회자의 역할이 거의 없는 토론의 문제점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하위 후보들이 1, 2위 후보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지배함으로써 정작 1, 2위 후보들의 비전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원천 봉쇄됐다는 분석이다.

후보들이 지난 2번의 TV토론에서보다는 토론 능력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앞으로 당선되면 어떤 정책을 펼쳐나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상대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형식은 자유토론이지만 대부분 후보들이 자신의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과거 이야기만 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이슈를 끄집어내지 못하고 지난 토론 때 했던 발언을 되풀이하는 ‘시간 낭비’ 관행도 여전했다. 홍 후보와 문 후보간 개성공단 확대와 관련한 질문과 답변은 지난 19일 토론 때와 똑같았다. 심지어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논란과 관련해 문 후보는 지난 19일 2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찾아봐라’ ‘지난번 토론 때 말했던 내용이다’는 식의 대응에 그쳤다.

TV토론만으로 유권자가 마음을 바꾸거나 그 때문에 대통령선거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의 전파를 통해 막대한 비용과 귀한 시간을 쓰는 TV토론 기회를 가치없는 비방과 과거사 논쟁으로 날려버리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직 이런저런 3차례의 TV토론이 남았다. 후보들이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로서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고 국민의 화합을 유도하며 미래의 설계를 아낌없이 드러내는 그런 토론이 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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