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보완이 필요한 ‘스탠딩 토론’

 

2시간에 걸친 KBS TV토론회는 대선 사상 처음 각본 없는 ‘스탠딩 토론’으로 유권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대선을 20일 남긴 중반전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첫 시도인 탓인지 높은 점수를 주기엔 부족했다.

이날 토론의 특징은 이름 그대로 서 있는 ‘스탠딩’이 아니라 후보들이 사전 원고와 자료 없이 최장 18분 동안 상대를 선택해 질문을 던지고 토론할 수 있게 한 ‘총량제’란 점이었다.

정치·외교안보와 교육·경제·사회·문화의 두 가지 주제로 나눠 5명의 후보가 원하는 상대를 골라 무차별적으로 질문과 답변을 하되 주제당 9분, 모두 90분의 토론이 진행됐다. 흥미롭게도 상대에게 지명을 받아 토론에 참여한 시간은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 순으로 지지율 순서와 같았다.

상대의 공격성 질문을 받아 토론한 시간을 후보별로 보면, 문재인 후보는 45분, 안철수 후보는 30분, 홍준표 후보는 9분, 유승민 후보는 5분이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상대방의 지명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약세로 평가되는 다른 후보들이 문-안 두 후보에게 공격을 집중한 결과다. 그 때문에 1, 2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직접 맞붙는 공방 시간은 의외로 짧았다.

사실 유권자들의 관심은 토론 내용보다 토론에 임하는 후보의 자세에 있는 법이다. 자료 없고 순서 없는 즉문즉답 상황이다 보니 후보들은 토론 중 난감하고 답답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유권자들로선 후보들의 답변을 통해 각 후보의 정치적 입장과 철학과 됨됨이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예상 답변만 읽던 과거 TV토론과 달리 각 후보가 현안을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지 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도 평가에 한몫을 했다.

한편 정치평론가들은 이번 ‘총량제 토론’ 형식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정책 공방을 주고받는 각 후보들의 내실이 부족했기 때문에 토론의 장점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1차 토론에서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던 문재인 후보는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여 표를 잃을까 몸을 사리는 ‘부자의 몸 사리기’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번 긴장한 모습을 자주 노출한 안철수 후보는 준비를 많이 한 모습이 역력했다. 덕분에 까다로운 공격을 받아도 적절히 중화시켜 받아넘겼다는 평가다.

홍준표 후보는 자신감과 여유를 보이기는 했지만 처음 인사를 한 뒤로 지나치게 네거티브에 치우친 듯한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지적된다. 유승민 후보는 쟁점과 입장을 명확하게 구분해 프레임을 설정하고 다른 후보들에게 공세를 펼치는 교과서적 토론을 선보였지만 상대 후보의 적극적 대응을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토론을 잘했다고 인정받은 심상정 후보는 대통령보다 더 큰 목표가 있다는 마무리 인사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도 TV토론은 3차례 더 예정돼 있다. 선거 기간이 짧은 만큼 후보를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2차 토론은 미흡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지지하는 후보가 있는 경우, 유권자가 TV토론을 보고 마음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이념과 지역 그리고 인연만으로 후보를 결정해온 구태에서 벗어나 후보의 철학과 리더십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선거의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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