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15인의 ‘후보’가 대선 가로를 질주하오

 

잘 알다시피 제목은 시인 이상(李箱)의 ‘오감도(烏瞰圖): 시 제1호’의 앞부분에서 따온 것이다. 대선이라는 막다른 골목을 달리며 불안해하는 심리가 후보들이라고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오늘부터 22일간 역대 최다인 15명의 대선후보가 제19대 대통령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15명의 후보가 출마하면서 투표용지 길이는 무려 30㎝에 가까울 것이라고 한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급하게 치르는 보궐선거인 탓에 과거 대선과는 구도와 양상이 사뭇 다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통상적인 ‘좌우 구도’와 ‘지역감정’이 완화되고 ‘대형 공약’을 찾을 수 없게 된 점이다. 여기까지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보수 여당이 몰락하면서 이번 대선은 사상 처음으로 ‘진보 대 중도’의 대결로 굳어졌다. 그 대신 ‘세대 대결’ 양상이 뚜렷해졌다. 젊은 층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장년층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쏠리면서 신(新) 중도층의 선택이 주목되고 있다. 이른바 지역·이념 대립 구도는 이번 대선에서 사실상 사라지고 이후 새로운 정치 지형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보수층이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계속 줄어들던 보수층이 서서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중도’에 숨었던 ‘보수’가 서서히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기관은 유권자의 30%가량을 전통적인 보수층이라고 예상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리저리 요동치는 이유의 하나다.

이제까지 호남과 영남으로 확연히 갈리던 ‘지역주의’ 현상도 사라졌다. 이념적 성향까지 더해 특정 지역이 특정 후보에게 80% 이상의 몰표를 던지던 관행은 사라졌다. 세대별로 지지도 차이가 보이지만 ‘보혁 대결’ 구도는 크게 누그러진 듯하다.

마지막으로 2002년 ‘수도 이전’, 2007년 ‘대운하 건설’처럼 선거판을 단숨에 장악하던 대형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 정상적인 일정보다 대선이 7개월여 앞당겨지면서 각 후보의 정책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안보와 경제라는 두 가지 위기를 동시에 맞기는 처음이다.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립서비스를 날리고 있지만 안보가 무너지면 끝장이다. 후보들 눈에만 위기가 보이지 않는 듯해서 걱정이다.

경제는 더 큰 문제다. 최근 수출과 설비투자가 오랜만에 회복세를 보인 탓에 착시를 일으킨 때문인지 성장 없이 복지를 확대하고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린다는 등 경제를 정치의 부속물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만연한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정작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청사진 한 장 제대로 내놓은 후보는 없다.

이번 대선에서 선택받은 후보는 다음날 5월 10일부터 곧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여느 때처럼 인수위를 운영할 시간도 없다. 국정을 함께할 장관들도 빈자리가 보인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집권 초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어려울 때마다 우리 국민은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념과 지역 편중을 넘어서는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으로 이중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발판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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