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경기 회복에도 봄바람이

 

13일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수정했다. 지난 1월 전망치(2.5%)보다 0.1%포인트 올렸다.

북핵 위협, 미국과의 무역 마찰,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대내외적 악재가 겹쳤는데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다는 것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한국이 얼마나 위험한 곳이며, 또 얼마나 잘 사는지 한국인만 모른다는 외국인의 우스갯말이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분명히 경기가 회복세에 있고 단기적으로는 전망이 밝다. 다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잠재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건 2013년 7월 이후 3년9개월 만이다.

하지만 한은이 수개월 전보다 좀 더 낙관적인 경기 인식을 내놨지만, 현재 경기 상황이 추세적으로 회복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피했다. 수출이 늘고 그에 따른 투자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가계소득이 정체 내지 감소 추세인데다 위험 수준에 이른 가계부채 등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은 여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경제 회복세와 국내 수출과 투자 부문에서 예상 외의 긍정적 측면을 언급하면서도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험에는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았다. 이 총재는 “가계의 실질구매력 개선이 미흡한 것은 수출과 내수의 개선 속도를 제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이 여전히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 불안 요인도 작용한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한-중 갈등과 관련해 “국내 관광객이 30% 줄고, 대중국 수출이 추세보다 2% 줄어드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가정했고, 이 충격이 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리는 것으로 보고 이번 경제전망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반면 5개월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이 올해 경제 성장세를 떠받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연간 상품 수출액이 5360억 원으로 전년보다 8.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상품 수입도 크게 늘어(13%) 경상수지 흑자는 전년(987억 달러)보다 줄어든 750억 달러에 그칠 거라고 내다봤다.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려는 정책을 염두에 두고 추정한 결과다.

성장세의 중심에는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CT) 업종의 설비투자가 큰 몫을 했다. 한은은 지난 1월 3%로 잡았던 상반기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를 이번엔 9.5%로 대폭 끌어올렸다. D램 가격 상승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수요 등 ICT 업계의 글로벌 수요 여건이 바뀌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등이 설비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일정이 확정되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되리라는 예측도 경기 회복세의 요인이다. 경기 전망이 애초보다 개선되면서 일부 대선후보들이 주장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은 작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으로 동결키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증시에서는 한은이 앞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설비투자와 수출이 경기 회복을 이끌고, 여기에 쌍끌이로 소비심리가 부활하고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나아지게 되면 경기가 빠르게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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